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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백두를 가다] 경북선 철길 한적한 '어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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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역은 고향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 간이역은 고향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강에 나루가 있듯이 기찻길에는 역이 있다. 나루가 추억의 한쪽으로 사라졌듯 시골 역도 이제 세월의 뒤편에 서 있다.

낙동강이 지나는 예천은 경북 북부 내륙의 수송을 담당하는 경북선이 지난다.

지난 1966년 개통했다. 개통 행사에는 당시 박정희 최고의장이 참석할 만큼 대단했다고 한다.

예천의 경북선은 38km 구간에 간이역 포함 10개의 역이 있었으니 예천 사람들의 가장 큰 나들목이었다. 한때 예천의 역 연간 수송인원이 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보문면 독양리의 간이역인 어등역의 경우 한 해 동안 타고 내리는 사람이 300~400명 수준이다. 하루에 한 명이 고작이고, 비가 오는 굳은날이면 타고 내리는 이가 없을 정도니 세상의 바뀜은 막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일행은 어등역을 찾았다. 조그마한, 이젠 현대식 건물로 바뀐 역은 너무나 조용했다.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붐빈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그 흔한 기차시간표도 없었다. 타는 사람이 있으면 기차가 서지만 타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친다. 요금도 후불제란다.

일행은 간이역의 옛 모습을 찾기 위해 1970년대로 필름을 되돌렸다. 어등역은 시골의 인심이 농주(막걸리)처럼 묻어나는 곳이었다. 등 굽은 할머니의 등짐이 보이고, 물기 머금은 채소보따리를 머리에 한 짐을 얹은 아낙이 역에 들어섰다. 기차가 들어오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통학기차에 몸을 싫은 학생들이 기차 한 량에 빼곡했다. 어등역 앞에는 막걸리 한사발에 노래 '동백 아가씨'를 구슬프게 토해내던 주막집이 늘어서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하는 사람, 기약없는 촌 생활이 싫어 무작정 기차에 오른 사람, 그 옛날 간이역은 그랬다. 어등역에서 몸을 실으면 영주에서 시작하는 중앙선 상경기차였고, 서울의 청량리가 그 종점이었다.

언제나 촌놈들의 가슴속에 있는 추억의 고향 간이역. 비록 세월 속에 그 모습을 잃어가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담아야 하지 않을까.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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