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묵(57·대구 서구 평리2동)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희망근로 선발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믿을 수 없었다. 2년 전 사업이 부도난 뒤 파산신청을 한 터라 소득이 전혀 없는데다 김씨의 아들도 취직 준비 중이기 때문.
구청에 확인한 결과 김씨가 탈락한 원인은 건강보험료(지역의료보험료) 1만8천250원 때문이었다. 이는 김씨와 김씨 아들(30)의 건보료가 합산된 것으로, 두 사람 모두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건보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1년 정도 미납한 상태다. 김씨는 "최저임금 수준 100%(2인 가족 기준 83만원) 안에만 들면 얼마를 벌든 똑같이 30점을 배점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9일 대구시내 8개 구·군이 희망근로 선발자를 최종발표하면서 탈락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각 구·군청에는 선발기준이 실제 가정형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탈락했다는 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희망근로 사업은 정부가 불경기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계층을 대상으로 6개월간 벌이는 일자리사업으로, 다음달부터 참가자에게 매월 88만5천원을 지급한다.
◆건보료만으로 소득 파악?=본지가 파악한 희망근로 선발기준 점수표(행정안전부 표준안)에 따르면 ▷가구소득 ▷재산상황 ▷(여성)가구주 여부 ▷부양가족수 ▷승용차 소유 여부 ▷장애인 및 장애인 부양가정 여부 ▷청년실업자 여부 등이 선발기준이 되고 있다. 이 중 가구소득은 건보료만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가구를 달리하는 자녀에게 피부양자로 등록된 부모의 경우 신청자인 부모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0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일정한 소득이 있더라도 자식이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된 경우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있다. 김씨는 "단순히 건보료를 잣대로 전체 소득을 파악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김씨를 심사한 서구청 담당자는 "정부가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정한 것 같다. 김씨의 경우 먼저 보험료 산정을 바로잡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구청의 담당자들도 "1주일 사이에 수백명을 심사하다 보니 실제 소득 정도를 확인하는 데에는 솔직히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선발점수표도 불합리=주민 이모(55·여)씨는 지난달 29일 남구청에서 희망근로 선발탈락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한숨만 나왔다. 아들이 실직하기 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새 차를 사는 바람에 '자동차세 납부액이 24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적용하는 배점 10점을 받지 못해 탈락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실제로 소득이 전혀 없는데 자식의 차 때문에 떨어진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했다.
일부 탈락자들은 희망근로 프로젝트 선발기준 가운데 "재산이나 승용차가 자식 명의로 된 사람은 높은 배점을 받았다"며 불합리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여성가장에 대한 가점 부분의 경우 부자(父子)가정이라도 소득이 없으면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모자가정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 구청 희망근로사업 담당자는 "각 기준별로 배점을 달리하고 있어 일정한 재산이 있더라도 선정되는데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청의 담당자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준이라 어쩔 수 없다. 탈락한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난달 25일까지 접수가 완료된 희망근로 프로젝트에는 모두 1만3천563명 모집에 2만826명이 신청해 1.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서구는 2.35대 1이었고 남구가 2.18대 1, 동구가 1.96대 1로 뒤를 이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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