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가족·친구 소중함 눈뜨게 한 백혈병

"지금부터 선생님 말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이 말을 시작으로 알게 된 내 병명은 백혈병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몸살 한 번 앓지 않다가 갑자기 온몸이 못 견디게 피곤해서 건강검진 차 병원에 들렀다 입원한 게 작년 11월 중순.

처음 무균실이라는 곳에 입원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내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고 아파서 병원을 가 본 적도 거의 없어서 무식할 정도로 씩씩했다. 의사 선생님이 백혈병이라고 말씀하실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오히려 어려서부터 너무 건강해서 늘 연약한 친구들을 부러워했었는데 드디어 나도 아파보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항암제로 혈관이 상하고 말 그대로 밥 생각만 해도, 침을 삼키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그 느낌, 그리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병실 안에서만 계속 있어야 한다는 그 답답함은 시간이 갈수록 평소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는 소리를 듣던 나조차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골수 이식 후에는 정말 침조차 삼키기 어렵고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어서 차라리 의식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 내 걱정만 하는 가족들부터 친구들, 친척들까지 많은 이들이 내게 힘이 돼 주었다. 바쁜 와중에도 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으로 오던 엄마, 아빠와 저녁마다 전화하시던 할아버지, 전화할 때마다 내 걱정으로 우신 할머니, 사소한 것까지 나에게 전화를 해 언니 역할을 하게끔 해준 동생까지.

또 많은 친구들과 친척 분들은 내가 힘들어서 연락을 못 하는 동안에도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통해 내가 지치지 않도록 끝없이 힘을 주었다. 병의 특성상 수혈을 많이 받아야 해서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더니 순식간에 많은 양이 모여서 이젠 평생 헌혈증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다.

어느덧 시간이 제법 흘러서 벌써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 과정을 견뎠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의 일들이 꿈만 같다. 요즘 나는 하루하루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건강해지고 있다. 주위에서는 젊은 나이에 병에 걸렸다고 하면 안됐다는 듯 눈빛을 보내지만 오히려 난 이 병 덕분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가족의 사랑을 절실히 느꼈으며 친구들, 친척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또 아프기 전에는 내 몸을 소홀히 생각하고 늘 몸에 안 좋은 것들만 일삼았었는데 이 일이 내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건강의 소중함 또한 알게 되었다. 약간의 고통은 있었지만 나에게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게 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늘 보람차게 살도록 해준 백혈병. 나는 이게 하늘이 나에게 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김근주(대구 북구 검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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