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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야 놀자] 고금리 사채 왜 이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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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사채를 잘못 이용하여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채라는 말을 들으면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돈을 못 갚을 때는 살 1파운드를 오려내도 좋다'는 각서를 받고 돈을 빌려 준다.

사채(私債)란 무엇일까? 사적으로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사금융시장 또는 사채시장이라고 한다. 사채는 이렇게 사적으로 거래되는 돈, 또는 개인적으로 진 빚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사적이라는 말은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거래를 일컫는다. 그런데 사채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전문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을 사채업자라고 하는데, 흔히 사채업자를 고리대금업자라고 하는 것을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은행들이 있고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기관들도 많은데 왜 사람들은 사채를 이용할까? 사람들이 사채를 쓰는 이유는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돈이 필요할 때 먼저 은행을 찾고 여의치 않으면 신용협동조합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찾는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는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갚아야 할 때 정확하게 갚을 수 있는 사람, 즉 신용이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준다. 개인들의 신용은 신용정보회사에서 숫자로 등급을 매겨 평가하는데 1~10등급으로 구분된다. 1~6등급까지는 은행을, 7등급까지는 저축은행 등 서민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8등급 이하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 파산 위기에 몰린 개인 등 긴급한 상황에서 최후 수단으로 사람들이 사채를 이용하는 것이다. '신용은 돈이다'라는 말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용은 생명이기도 하다.

사금융 이용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사채업자(대부업체)들은 대부분 연 200%가 넘는 고금리를 받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주로 사채시장을 이용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제 대부업체는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닌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광고판에도 쉽게 볼 수 있고, 케이블 TV를 켜면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언제나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신청 즉시 대출, 30일 무이자 이벤트, 신용카드 대납,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등의 달콤한 말로 급한 상황에 처한 서민이나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사금융 이용자의 상당수가 원금보다 몇 배 많은 이자부담으로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우리가 이런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근검절약과 절제된 생활, 그리고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정상만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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