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통탈출]영남의 숨은 계곡과 폭포

계곡에 발 담그니 자연 속에 녹아드는구나

바다에 해수욕장이 있다면 산에는 계곡과 폭포가 있어 좋다. 계곡의 매력은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물 근처에 터를 잡고 수박 한 입 베어 무는 재미가 아닐까. 경북과 경남의 각 시'군 관광과로부터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가족 피서로 좋은 계곡이나 폭포를 추천받았다. '영남권의 숨은 계곡'폭포'를 소개한다.

◆청도 남산계곡

--울창한 숲 덕에 여름에도 한기

청도 화양읍 남쪽에 솟아 있는 남산(해발 870m)에서 발원해 화양읍내로 흘러드는 계곡.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도에선 유명한 곳이다. 1.5㎞에 이르는 이 계곡은 널찍한 바위 사이로 군데군데 소(沼)들이 아담하게 형성돼 있는데다 울창한 숲이 더해져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다. 이곳은 주변경관도 아름다워 조선시대 때는 청도 선비들이 곧잘 시회(詩會)를 열었다고 전한다.

계곡을 따라가면 곳곳에 시구가 새겨진 바위들을 볼 수 있다. 계곡의 끝 부분에 작은 사찰인 신둔사가 있는데 그 아래까지 모두 13곡이 이어져 '남산 13곡'이라 불린다. 계곡 입구엔 보물323호로 지정된 '청도석빙고'(淸道石氷庫'얼음을 저장하기 위해 땅을 파고 만들어둔 옛 창고)가 자리하고 있다. 054)370-6372.

◆문경 여궁폭포

--여성의 은밀한 곳 닮은 모양새

이름부터가 재미있다. 여궁폭포(女宮瀑布)는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심폭포란 애칭도 있다. 문경새재 1관문인 주흘관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여궁폭포 안내판이 보인다. 혜국사를 거쳐 주흘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800m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20m 높이의 이 폭포는 절벽을 마치 끌로 파서 만든 것처럼 폭포 형태가 바위 속에 숨겨져 있다. 폭포 물살은 넓게 퍼지지 않고 가느다랗게 쏟아져 내린다. 수정같이 맑은 물에 멋스러운 노송, 풍치 있는 기암 절벽이 조화를 이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옛날 일곱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다소 상투적인 전설도 담고 있다. 054)550-6391.

◆예천 모시골계곡

--울창한 숲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계곡

예천 상리면 고항리 곤충연구소 뒤편에 자리한 계곡. 예천군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곳이었으나 지난해 이 일대에 등산로를 개설하면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소백산 준령 묘적령에서 동남향으로 뻗어 잉태한 모시골은 인적이 드물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다 계곡 길은 한여름에도 햇볕 한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이다. 또한 이 계곡은 길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모시골계곡에는 전설을 간직한 명소들이 많다. 임진왜란 때 류운룡(류성룡의 형) 선생이 노모와 가솔 100여명을 이끌고 피신해 복숭아와 머루, 다래 등으로 배고픔을 달랬다고 하여 붙여진 충복골과 칠월칠석날 많은 사람이 소원을 빌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칠칠바위(폭포), 큰 바위로 이루어진 굴인 겸암굴, 월인정사 등이 남아 있다. 054)650-6907.

◆포항 하옥계곡

--비포장길 물길 건너 찾아가야

포항의 최북단 죽장면의 상'하옥리에 걸쳐 있는 계곡. 동대산과 내연산, 향로봉, 매봉, 삿갓봉 등의 서쪽 기슭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든다. 이 계곡의 매력은 때묻지 않은 자연미.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계곡에는 늘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자연풍광은 순수하면서 아름답다.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한데다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아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한 덕분이다.

길이가 12㎞가량인 이곳은 최적의 오프로드(비포장길) 드라이브 코스이자 오토캠핑지다. 흙길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다리도 없는 물길을 건너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어 4륜구동 승합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깊고 긴 계곡답게 야영 장소도 지천으로 널렸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텐트만 치면 그대로 숙박이 가능이다. 숲이 우거져 삼림욕장으로도 괜찮다. 054)270-2242.

◆경남 밀양 구만폭포

--병풍 같은 바위벽 아래 시원한 못

청도군과 경계를 이루는 해발 785m의 구만산 아래 자리한 폭포로 통수골의 가장 막다른 곳에 있다. 통수골은 온갖 기암괴석과 소(沼), 담(潭)이 8㎞가량 이어지는 계곡이다. 구만폭포는 약 40m 높이에서 2단으로 나눠져 떨어지는 물줄기가 일대 장관을 이루는데 폭이 100m를 넘는 바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또 폭포 바로 아래에는 지름이 15m 정도 되는 깊은 못이 형성돼 시원함을 더한다.

통수골이라는 이름은 동쪽과 서쪽에 수직암벽이 솟아 있고 좁은 협곡이 남북으로 뚫려있어 마치 깊은 통(桶)속과 같다 하여 붙여졌다. 또 임진왜란 당시 9만 명의 사람들이 난을 피해 숨어들어와 머물렀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구만계곡이라고도 불린다. 055)359-5641.

◆거창 마학동계곡

--원시 숲 이룬 계곡 상류에는 불영폭포

경남 거창 불상면 산수리 무룡산(해발 1천492m) 아래 고즈넉이 안겨 있는 계곡으로 아직 외지인들에게 많이 드러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산수를 간직하고 있다. 마학동이란 이름은 조선 중종 때 진사 임들번이 이곳을 찾아 덕유산 10승지라 하는 곳에 집을 짓고 그의 아들 갈천'도계'첨모당 3형제를 가르쳐 뒷날 문인들이 와서 학문을 배웠던 곳이라 해 붙여졌다. 오늘날 이를 줄여 마골이라 부르며 서당이 없어진 후로 마로동이라고도 한다.

원시 숲을 이루고 있는 계곡 상류에는 불영폭포가 자리하고 있고 소(沼) 아래에서 거창 제일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계곡의 문화유적으로는 삼수암(三水庵)터와 3형제가 공부하였다는 유허비가 있다. 055)940-3183.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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