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삼년 뒤, 나는 의국장이 되었다, 깨끗한 복장으로 아침 회진을 주관하러 병동으로 갔다. 의국원들이 하나 둘 씩 병동 뷰박스로 모이는데…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인턴 선생과 함께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달려오는 1년차.
"야! ~~ 임마! 드레싱 하나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어제 밤 응급실 환자가 너무 많아, 잠 한숨 못 자고 CT 필름 금방 찾아서 오는 길입니다."
"야 임마! 니가 꾸물거리니까 그렇지! 당직서면서 그 정도 환자로 헉헉거리면 어떻게 해!!!"
"야! 빨리 보고나 해봐!" 필름 꽂고 허겁지겁 보고하는 중에, 옆에 서 있던 2년차가 나지막한 소리로 나에게 전하는 말. "국장! 과장님 오신다." "야! 다들 복장 정비하고 바로 서!"
아~ 제발 오늘 그냥 지나가시면 좋은데. 그러나 과장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제자들 한 수 지도를 위해 우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셨다. 어째 풍경이 3년 전 오토바이 사건과 비슷한 느낌이 찌릿하게 온다. 당직선생에게 케이스 하나 보고해 보라 하셨다.
모두들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한 분위기에서 당직 1년차가 어떤 케이스를 꺼낼까에만 관심 집중이다. 오럴 테스트에 제비 뽑는 거나 같다고 할까? 그런데 그 1년차가 뽑은 케이스는 공포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관골궁 골절사고!
어쩜 3년 전에 내가 당한 그때와 이렇게 똑같을까? 인생도 리바이벌이 있네? 내가 당한 전설의 오토바이 이야기를 아는 의국원들은 모두 미리 고개를 떨어뜨렸다. 평소 눈치 없기로 유명한 저 1년차가 알 리 만무했으니. 하여튼 발표는 시작되었다.
"17세 남자 환자입니다. 어젯밤 10시 30분경, 달서 네거리에서……"
아~~~ 이제 오토바이가 나와야 하는 운명적인 순간. 우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모~~러 사이클을 타고 가다가……"
아니! 이~럴~ 수가! 우리는 일제히 모두 고개를 쳐들고 그 녀석 아니, 그 선생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어쩜 그렇게 얼굴이 훤해 보이는지! 청출어람! 그리고 보고는 계속 된다. 이제 뭐 틀릴 것도 없고…. 그런데 역시, 방심은 금물이라지.
"좌회전하다가 넘어지면서 얼굴을 쎄멘 빠닥에!!!"
오마이 갓! 우리는 모두 고개를 떨어뜨렸다. 쎄멘 빠닥!!! 으으으~~~.
이영주 요셉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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