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유머] 夫婦相從(부부상종)

러브호텔서 마주친 부부…주인 왈 "도쿠이(단골의 일본말)끼리 왜 싸우냐

몇 해 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일사불란한 응원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팔공산 자락의 대구은행연수원을 숙소로 사용했을 당시에 나온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산자수명한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수도 없이 들어서 있는 휘황찬란한 모텔 건물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북한 아가씨들이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 쪽 안내원이 '잠자는 여관'이라고 했더니,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조선 인민들은 저렇게 크고 멋진 집(아파트)을 두고 왜 모두 여관에 나와서 잡네까"라고 의아해한 것이다.

좋게 말하면 '사랑'이지만, '불륜'의 온상인 러브호텔 문화를 알 리 없는 순박한 북녘 아가씨들의 지적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거나 러브호텔에서 일어나 실화를 하나 소개한다.

어떤 남자가 러브호텔에서 불륜지사(不倫之事)를 벌이고 복도로 나왔다가 아내를 만나고 말았다. 그의 아내 또한 딴 남자와 혼외정사(婚外情事)를 나누고 문밖을 나서는 걸음이었다.

따지고 보면 서로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피장파장의 상황이었지만, 남편과 아내는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두 사람과 각각 팔짱을 끼고 들어왔던 남녀 파트너가 "앗 뜨거워라"며 줄행랑을 놓은 사이 내외간에 옥신각신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모텔 주인 여자가 달려나왔다. 러브호텔 주인도 기가 막힐 일이었다. 두 사람이 다 자주 오는 단골이었는데 욕설까지 섞어가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싸움을 뜯어말리면서 하는 말이 "아이고 참! 도꾸이끼리 왜 이러십니까?"였다. 도꾸이는 '단골'이란 뜻의 일본말(とくい)에서 나온 것으로 경상도에서는 사투리처럼 쓰인다.

아름답고 좋은 일에 부창부수(夫唱婦隨)해야 할 내외간에 이 무슨 망측한 괴변인가. 참말로 볼 장 다 본 막가는 가정이다. 하기야 온 나라가 러브호텔 천국이니 어찌 이런 참담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까. 변태영업 노래방에 간 남편이 도우미로 들어온 아내와 마주치지를 않나….

남편이나 아내를 버젓이 두고도 애인 한둘쯤 있는 게 뭔 대수인가 싶은 분위기가 요즘 우리 사회 아닌가. 그러니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는 것이다. 애인이 하나도 없으면 '무심한 X', 하나 있으면 '한심한 X', 둘 있으면 '양심 있는 X', 셋 있으면 '세심한 X', 넷 있으면 '사심이 많은 X', 그 이상 여러 명 있으면 '열심히 사는 X' 이라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서 조용히 남편을 불렀다. 그리고는 "영감! 내가 죽기 전에 고백할 게 있어서…"라며 콩 세알과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놓았다.

할아버지가 "이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동안 당신 모르게 바람을 피울 때마다 하나씩 모은 콩"이라고 했다. 영감님이 "한평생 살다 보면 세 번 정도야 실수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라는 마음에 "그런데 만원권 지폐는 뭐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모은 콩을 판 돈"이라고 하지 않는가.

충격을 받은 할아버지는 그길로 자리에 누워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몇 달 후 눈을 감은 할머니는 영감을 속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저승길에서나마 용서를 빌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저승길 임시수용소를 찾으니 장미꽃이 그려진 방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장미꽃 한 송이가 붙은 방은 살아생전 바람을 한 번 피운 남자들이, 두 송이가 붙은 방은 두 번 피운 남자들이 대기 중인 곳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장미꽃이 하나도 없는 방문을 열어 보았지만, 대부분 성직자 출신들만 앉아있었다. "그래도 남자인데 한 번쯤 실수는 있었겠지…"라며 한 송이가 붙은 방문을 열었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영감님은 세 송이, 일곱 송이, 열두 송이가 붙은 방에도 없었다.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안개꽃을 가득 그려 놓은 마지막 방문을 열었는데, 아뿔싸 할아버지는 그 방에 있는 것도 모자라 완장까지 차고 서있는 게 아닌가.

세상의 아내와 남편들이여! 콩과 장미꽃에서 정녕 자유로운 자들은 손들어 보라. 오늘도 아내와 남편 몰래 러브호텔을 출입하는 필부필부들이여. 저승길 부부상봉을 어찌 할꼬….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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