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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부채 보낸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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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보낸 뜻을

무명씨

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

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내도다

눈물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서 어이 끄리.

'부채'는 여름의 필수품이었다. 인류가 언제부터 부채를 만들어 사용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중국 순임금이 오명선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한·당나라 때는 착한 사람을 추거하는 사람에게 주는 기념품으로 사용했다고 전하는 걸 보면 참 오랜 역사를 가졌다.

통설은 중국 주나라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의 문헌 가운데는 삼국사기 견훤조에 '공작선과 지리산 대화살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어, 10세기 고려초에 이미 부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부채는 더위를 쫓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멋을 내는 장식품, 예술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당나라 때부터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던 풍속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에 나타나고, 우리는 고려 중엽부터 크게 유행해 조선말까지 성행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 전통을 살려가고 있는 문인 화가들이 더러 있다. 참 멋스런 일이다.

부채는 여러 종류로 나누지만 집안에서 부녀자들이 사용하던 단선, 남자들이 외출할 때 들고 다니던 접선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선비가 외출할 때는 의관을 갖추고 마지막에 꼭 부채를 챙겼다. 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다가 찬바람이나 먼지를 막기도 하고, 만나서 거북한 상대라도 부딪치게 되면 외면하지 않고 자연스레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또한 시조나 가곡이라도 한 곡 하려면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장단을 맞추고, 호신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하니 그 용도가 참으로 다양했다.

부채를 대신하는 선풍기나 에어컨이라고 하는 물건들은 이 부채의 다목적성과 멋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위 작품에서도 부채가 더위를 쫓는 물건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작자를 알 수 없는데 그 문체와 상황으로 보아 여류의 작품으로 보인다. 정인(情人)이 부채를 보내온 뜻을 잠깐 생각하니 가슴에 붙은 불을 끄라고 보낸 것 같은데 밤낮으로 흐르는 눈물로도 못 끄는 불인데 부채로 어이 끌 수 있겠느냐고 한탄을 하고 있다. 애절하다. 그러나 무명씨여, 가슴의 불을 끌 수 없다 해도 어이하랴. 혹여 님이 보낸 부채에서 사랑의 바람이 불지도….

문무학(시조시인·경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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