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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멘탈이다] 기억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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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다른 정신기능과 마찬가지로 기억도 뇌가 관장한다. 뇌와 기억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방법으로는 뇌 손상을 받은 사람의 관찰, 핵자기공명영상 그리고 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이 있다. 이런 방법들을 이용해 현재까지 신경과학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헨리 엠이라는 사람을 거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대에 접어들면서 간질이 발병했다. 간질은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빈도가 잦아져 나중에는 발작 빈도가 한 주일에 10회에 이르렀다. 할 수 없어 27세 때 양쪽 측두엽을 광범하게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 후 간질 발작은 현저하게 감소했으나 다른 증상이 생겼다. 수술을 받은 시기 이후에 경험하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그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지능이나 사회 생활, 언어 기능은 온전했다. 수십년간 그를 검사한 신경심리학자가 그에게는 만날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2008년 12월 82세로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측두엽 속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해마라는 것이 맨 먼저 고장 난다. 핵자기공명영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병에서는 건망증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1959년 미국 공군의 어느 막사에 21세의 레이더 기술자가 앉아 있었고 그의 뒤에는 내무반 동료가 장난감 펜싱 검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레이더병이 뒤로 '휙' 돌아보는 순간 어이없게도 장난감 끝이 그의 오른쪽 콧구멍을 관통해 왼쪽 뇌로 직상했다. 회복 후 다른 정신 기능은 온전했으나 사고 전 2년 동안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고, 사고 후에 겪은 경험에 대해서는 더 심한 기억 장애가 생겼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왼쪽 시상이라는 부위를 다친 것이 확인됐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일부에서 나타나는 건망증에서도 시상에 심각한 병변이 있다.

요약하면 헨리 엠, 알츠하이머병 환자, 레이더병 그리고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통해 뇌 중에서도 해마와 시상이 새로이 경험하는 것들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곳임을 알게 됐다. 특히 해마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많이 연구됐다. 이는 책의 출판에 비유할 수 있다. 해마(인쇄기)에서 인쇄된 정보들은 각각의 내용이나 성질에 따라 분류돼 책으로 엮어진다. 이렇게 분류·정리(제본)된 기억(책)들은 대뇌 피질을 비롯해 피질하영역이나 소뇌(도서관)에 분산·저장된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관점이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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