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통쾌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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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새끼!

십이년 만에 만난 아버지는

거두절미하고 귀싸대기부터 올려붙였다

이놈아, 어쩐지 제삿밥에 뜬내나더라

지독한 흉년 들어 정부미 타먹느라

똥줄이 타는 줄 알았더니

어허야, 네놈이 귀신 눈을 속였구나

이런 쳐죽일 놈! 뭐라꼬?

쌀농사는 돈이 안 된다꼬?

물려준 땅 죄다 얼라들 주전부리나 할

복숭아 포도 그딴 허드렛농사나 짓고

뭐? 쌀을 사다 처먹어?

그것 참, 허허 그것 참

이노옴, 내 논 내 밭 다 내놔라아!

이중기

『밥상 위의 안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중기의 시집이다. 농민의 실상을 겉짐작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절절한 농업은 읽는다는 것 조차 외경스럽다. 「통쾌한 꿈」의 아버지의 일갈은 뒷면이 없다. 기교가 없다. 그의 농업처럼 솔직할 뿐이다. 사람이 늙으면 슬플 때보다 기쁠 때 눈물이 먼저 흐른다고 한다. 그 솔직성 속에 흐르는 눈물은, 늙은 사람의 눈물처럼 「통쾌한 꿈」의 역설이겠지만 한 평의 농사지을 땅이 없더라도 미루어 능히 짐작할 일이다. 농업에도 계급이 있다는 걸, 농업의 고민이 그로부터 출발한다는 것도 짐작하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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