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콜 신화의 주역 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의 구미사랑이 남달랐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애니콜이 오늘같이 세계시장에 우뚝 서게 된 것은 구미라는 福(복)지에 둥지를 텄기 때문이라며, 이 사업장에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R&D센터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돈 버는 吉(길)지로 내세웠고 각종 공장 입지 인프라가 구축되어 초기 한국 전자공업의 산실이었던 구미공단도 현재는 그리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종 이점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뒤져 수도권의 산업단지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 LG 등 재벌그룹 사업장들의 연구인력이 대거 타 지역으로 보따리를 싸고 있어 자칫 공단의 추동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 R&D센터는 긴축을 명목으로 중단, 사실상 물건너갔고 LG도 차세대 LCD공장은 파주에다 전을 펼쳤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인력 중 2천여명 이상이 삼성은 수원으로, LG는 평택으로 엑소더스가 진행되었다는 소문이다. 이는 연구 인력을 집중화시켜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기업들은 밝혔다. 대신 구미에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 등이 들어온다고 말하긴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의 말에 의하면 기업들이 정보나 인력 충원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기업을 두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을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지방에 발령낼 경우 3, 4년 내에 태반이 이직하는 현실이고 보니 결국 설비, 즉 소프트웨어(우수인력)가 없는 하드웨어만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민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8월 초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으로 결정되었다. 신성장 동력에 굶주렸던 대구로서는 단비와 같은 낭보이고 도약의 계기가 된 큰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확정 발표 이후 의료단지의 성공을 위한 각계의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대구시 당국도 호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굳이 이 자리에서 또 다른 방안을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단지 기업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어오는 기업에 돈을 벌게 해 주는 확실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아울러 기업 활동의 최우선인 인력조달을 위한 교육문화 定住(정주)환경 인프라가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싶다.
계획에 의하면 5조원 이상의 투자액 중 60% 이상이 민간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는 점은 결국 신서가 오송보다 민간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아무리 좋은 명분보다도 이익을 최우선하는 생물이다.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행정서비스 개선, 관련 업계와 유기적 연관을 통한 시너지 효과 등을 내게 해야 돈이 될 것이다.
의료단지의 또 하나 성공의 관건은 인재확보라고 본다. 좋은 인력들이 오송보다 대구를 선호할 때 기업들도 신서로 발길을 돌릴 것이 틀림없다. 기반시설만 덩그렇게 해 놓고 고급인력이 없을 때 신서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환경, 심지어 음식점 하나까지 업그레이드되어야 하지만, 특히 교육인프라를 확실히 구축하여 대구에 가면 적어도 자녀 교육만은 잊어버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신서에는 대구과학고 입주가 예정되어 있고 인근에 국제고도 예정되어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우수한 학교 유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첨단기술연구 및 과학기술 인력 양성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첨단의료설비 등 대구의 모든 분야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 신서는 서울과 가깝고 식약청이 있는 오송은 물론 재기를 노리고 있는 탈락한 도시들을 누르고 대구의 엘도라도로 거듭날 것이다. 신서지역의 옛 지명이 安心面(안심면)이다. 옛 지명의 명성에 걸맞게 신서에 입주하는 민간투자기업들이 安心(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역의 산'학'관'연이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협력'기여하여 초일류 의료단지로 조성되기를 소망해본다.
조종수
대구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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