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남북정상회담 거론 안됐다"

北 조문단 청와대 예방…金 위원장 메시지 전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한의 특사조문단이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가 트일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한 북한의 특사조문단은 23일 오전 9시 청와대를 예방, 이명박 대통령을 30분 동안 만나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날 오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되돌아갔다. 면담 직후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는 "북한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이 대통령에게 밝혔다"며 "남북 간 당국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연장선에서 우회적으로 정상 간 대화의 필요성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지만, 외교 관례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김 위원장의 메시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 조문단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2일 접촉한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남북 간 모든 당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고, 역시 정상 간에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났고 건너뛸 수가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이지만 만났다"고 말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은 "이것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번 계기를 놓치면 다른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꼭 만나 뵙고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고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4일 오전 전날 북한 특사조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실 명의의 해명자료를 통해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에서는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이라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절 거론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특사조문단의 이 대통령 면담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북과 남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