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계 고교생 미래의 CEO 희망을 요리한다

전국 고교생 사장되기 대회 특상 박수현양

제 6회 전문계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은 박수현(상서여자정보고 호텔조리과 1년)양은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제 6회 전문계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은 박수현(상서여자정보고 호텔조리과 1년)양은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문계고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학교에 따라, 또 학과에 따라 다소 형편의 차이는 있지만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어야 한다. 교사들이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스터고를 도입했지만 갈 길은 멀다.

그러나 희망이 없지는 않다. 전문계고의 정체성인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학과 과정 변화의 물결과 함께 병행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용산공고에서 열린 '제6회 전국 전문계 고교생 사장되기(Be the CEOs) 창업대회'도 그 중 하나. 전문계고 교육 내실화와 전문계 고교생 자긍심 고취를 위해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전문계 고교생 900여명이 참여해 미래 CEO로서의 꿈을 경쟁했다.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을 통해 전문계고의 희망 담기를 들여다봤다.

◆요리사의 꿈, 한식으로 떨치다

대구 상서여자정보고등학교 호텔조리과 1학년 박수현(16)양. 수현양은 이번 대회에서 1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상을 받았다. 그것도 최우수상인 특상(지식경제부장관상)이다. 수현양이 창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바로 떡볶이. 누구나 일상에서 흔하게 즐겨먹는 음식인 떡볶이를 주제로 개발한 '빠네 떡볶이'에 대한 사업 방향을 설정해 영광을 안았다. 수현양은 "평소에 먹기도 좋아하고 자주 만들어 먹기도 하는 떡볶이를 단순한 '길거리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세계적인 한식으로 개발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된 조리법에 빵(pane)을 떡볶이 그릇으로 이용하고, 여기에 샐러드까지 곁들여 한 끼 식사로 충분하고 영양도 듬뿍 든 신개념 '명품떡볶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수현양은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를 고급화를 통해 세계화한다'는 전략이 정부의 한식 국제화 사업과 맞아떨어진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비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현양의 대회 창업계획서를 보면 언뜻 봐도 사업화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한다. 회사명(TOBO の maru)에 로고, 생산품목과 창업 목적 및 핵심적 특성, 비전 및 목표까지 적은 창업 개요, 창업아이템 내용에다 기술개발 계획, 마케팅 전략, 중장기 발전계획까지 담은 창업화 추진 계획까지…. 사업화를 위한 핵심요소 모두가 담겨 있다. 이난조 지도교사는 "실제로 수상 결과가 발표된 후 수현양의 창업 아이템을 프랜차이즈화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에드워드 권같이 되고 싶어요'

수현양의 꿈은 요리사이다. '유치원 때부터의 꿈이 요리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수현양은 "수업 시간에 오이를 썰어 음식을 만드는데, 칼질이 너무나 좋았다. 어릴 때에도 동화책 대신에 요리책만 볼 정도였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초등학교 5년 때부터 요리학원에도 다녔다. 그것도 부모님이 '너무 이르다'며 자제시킨 바람에 늦게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중학교를 거쳐 상서여정고 호텔조리과로 진학했다. 여러 학교를 물색한 끝의 내린 선택이었다. "인성과 예절 교육도 병행한다고 들었고, 체험교육 때 시설을 둘러보니 호텔급 수준이라 바로 진학을 결정했어요."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단다. 학교 교육이 그만큼 엄격하기 때문. 잠시 둘러본 조리실에서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고, 모든 도구가 제자리에 정돈돼 있는 것을 보니 짐작이 갔다. 수현양은 "너무 엄격하다 보니 1학년으로서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바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배움의 연속이다 보니 요리가 실패하는 것도 피할 수는 없다. 경희대 조리학과로 진학한 뒤 에드워드 권 같은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 "저도 훌륭한 요리사가 돼서 세계 무대에서 한식을 알리고 싶어요."

◆상서여정고의 비결

상서여정고는 이번 쾌거가 3년 연속이다. 지난해에는 김소영(18·3년)양이 '웰빙 주먹밥 튀김 도시락 및 꼬치'(하나비)로, 2년 전에는 이소연(19·현재 대학 1년)양이 '테이크아웃 파스타 도시락'(뽀모도리)으로 특상을 받았다. 2년 연속으로 우수학교에도 올랐으며, 내년에도 우수학교로 선정될 경우 우수학교 특별상을 받게 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신영수 교감은 2006학년도부터 시작된 특성화 학과를 꼽았다. 전문계고로서 생존을 위해 변화를 추진하며 호텔조리과를 전략 학과로 삼은 것. 이를 위해 교육청 지원을 받아 총 11억원을 투자해 실습실을 꾸몄다. 동양조리실, 서양조리실, 제과제빵실, 푸드코디네이터·식음료실 등 웬만한 대학의 실습실을 능가하는 4개 실습실은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이난조 교사는 "단순히 기능을 넘어 인테리어 미적 감각까지 겸비한 곳"이라고 자랑했다. 산학협력을 추진, 인터불고호텔과 교육과정을 연계해 3학년생이 1주일에 2일은 호텔에서 하루 종일 실습하면서 직업 교육은 물론 직장예절 교육에 국제 매너 교육 등도 받는다. 이재석 교장은 "과감한 투자와 경영 마인드 도입, 지도교사의 열정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성화 교육의 결실

이번 대회에서 참가 학생이 대상을 받은 구남여자정보고, 달성정보고나 대구관광고, 달서공고 등에서도 학생들의 전문성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오후에 찾은 대구관광고에는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유해지(18·3년) 김혜지(18·3년) 윤지영(18·3년)양 등 인터넷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올해 사업 아이템인 '수제 다이어리' 제작과 판매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대회를 준비하며 "창업 준비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구관광고 김규석 교장은 "창업대회 등을 통해 현장성 있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전문계고의 정체성인 취업·창업 기능 회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전문계고의 창업동아리 지원과 '청소년 비즈쿨'(BizCool)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10개의 우수 전문계고 창업동아리에 연 2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20개 전문계고 전 학교로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과 연계한 청소년 비즈쿨 사업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기업가 정신과 사업 기술을 길러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이윤재 장학관은 "전문계고 학생들의 전문기술 교육을 강화해 사회에 바로 진출해 창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창업대회 개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전문계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

한국시민자원봉사회중앙회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의 후원을 받아 주최하는 행사.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전국공업고등학교 교장회, 전국상업고등학교 교장회, 한국농업교육협회에서 지원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창업대회다. 학생들의 우수한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 및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 포상하고 있으며, 전문계 고교 교육내실화와 전문계 고교생의 자긍심 고취, 창업의욕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제6회 대회는 전국에서 950여명이 창업 아이템을 제출한 가운데 6월 27일 1차 심사결과, 7월 17일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8월 1일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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