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國監은 법이 정한 일정이 있는데 말이 많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민주당에 대고 "천박한 3류 정치투쟁가가 좌지우지하는 당"이라고 퍼부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1일 정기국회 개회사를 낭독하는 자신을 향해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는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친 뒤 일제히 퇴장했었다. 김 의장은 "그런 몰상식한 집단행동은 상상도 못했다"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통과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한답시고 국회 밖으로 떠돌다가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선언했었다. 9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법안처리'예산심사가 몰려있다. 국가운영의 중요한 일정이 이때에 다 걸려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대목장을 맞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태도 전환은 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충고하는 국회 본연에 충실하려는 각성으로 보고 싶었다. 뒤늦었지만 제1야당의 본모습을 찾은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이다.

하지만 개회 첫날부터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서 이번 정기국회 역시 날 샜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싸움질로 지새운 지난해 정기국회를 재연(再演)할 것 같아 울화가 치미는 것이다. 지난해는 석 달 가까이 원 구성조차 못하는 식물국회로 허송하다 결국 18대 첫 정기국회를 부실로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안 처리는 졸속 심사에다 법정 통과기한을 어겼나 하면 수많은 법안이 손을 못 댄 채 넘어갔다. 올해 역시 아직 국정감사 일정조차 잡지 못해 싸우는 것을 보면 100일간 정기국회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보나마나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추석이 있는 10월 초가 지나서 실시하자고 한다. 이유가 준비 부족이라는 것이다. 그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놓고 이제와 준비 부족을 내세우고 있다. 얼굴이 보통 두껍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소리다. 법이 정한 국정감사 일정이 9월 10부터라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다시 국회에 들어왔으면 너저분한 정치는 치워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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