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마음의 새」/ 이태수

내 마음 깊은 깊이에

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울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 하는

눈멀고 말라비튼 귀머거리

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눈보라 흩날리고

얼어붙은 내 마음 허허벌판에

날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기막힌 새 한 마리,

새 한 마리의 캄캄한 마음이 살고 있다.

강물 풀리고 새 아침이 밝아올 때

단 한 번 울고 오래오래 노래할,

눈뜨고 귀가 트이는 그 시각을 위해

나의 새는 뼛물 말리며

웅크리고만 있다.

가혹한 비상의 꿈을 꾸며

새 하늘을 그리고 있다

시인의 마음 속에 새가 있다. 마음 깊이 있으니 아무도 보지 못하는 새이고 새 역시 아직 아무도 볼 수 없는, 날지도 걷지도 노래하지도 못한다. 불통과 불화의 새이다. 그 속에 언제부터 웅크린 새가 있었던가. 그 새가 언제 울고 노래하며 날아갈 수 있을까 라는 두 가지 마음의 초점이 생긴다. 이 추상성의 새에 비평적 수사가 필요하진 않다. 다만 시인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이 새가 흑백 모노크롬 같은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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