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소한 가을향으로 뼈째 먹는 회맛 일품 '전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 그 이름만 들어도 고소한 맛이 진동하는 듯하다. 가을 전어를 두고 하는 말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가을 되면 살 오르고 불포화 지방 넘쳐

전어라는 이름도 맛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자신의 저서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했다. 가격을 묻지 않고 전어를 꼭 찾고 어부들도 돈 벌기 가장 좋은 생선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돈 전(錢)자를 써서 이렇게 불렀다는 설이다.

왜 가을전어가 유난히 맛있는 걸까.

전어는 수온이 차가워지는 가을에 살이 더 차지고 기름기가 흘러 맛이 좋아진다. 전어는 3~6월에 산란을 하는데, 산란을 마치면 살이 푸석푸석해진다. 산란을 마친 전어는 소모된 체력을 만회하기 위해 한여름 동안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가을에 비로소 기름지고 고소한 전어로 살이 오른다.

그래서 가을 전어에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 성분이 다른 계절보다 최고 3배나 높아진다고 하니, '가을 전어'라는 말이 꼭 맞아떨어진다.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하면 잡아놓은 전어에서 비린내 대신 향긋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며 이때부터 미식가들이 전어를 찾기 시작한다.

전어는 영양가도 풍부하다.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크다. 뼈째 먹는 만큼 칼슘 섭취량이 뛰어나며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로 회복뿐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좋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장을 보하고 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뇨작용을 도와주는 효능도 있기 때문에 아침마다 온몸이 붓고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11월 초순까지 제맛…칼질 따라 맛 달라져

이맘때쯤 횟집마다 수족관을 전어로 채워두고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를 풍기며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올해 전어 가격은 지난해보다 좀 내렸다. 지난해는 1kg당 1만8천원선이었는데 반해 올해는 kg당 1만2천원선이다. 올해는 8월 10일 즈음 맛이 들기 시작해 11월 초순까지 전어의 맛이 최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11월 초순이 지나면 비린맛이 나기 시작하니, 지금이 전어를 즐길 수 있는 최적기인 셈이다.

똑같은 전어인데 집집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대림회초밥 김금불 사장은 "전어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 칼질 해서 피를 어떻게 제거하느냐이다"고 말했다. 전어 맛의 노하우는 주방장의 칼질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전어는 세꼬시로 뼈째로 먹는 회가 일품이며 배, 무채, 미나리, 양배추, 양파, 깻잎 등 야채와 함께 먹는 무침회도 맛있다. 몸통에 몇 군데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린 뒤 구워먹는 전어구이도 맛있다. 해안가에서는 주로 장작불에다 석쇠'화로를 이용해 직화구이해내는 곳이 많고 프라이팬에 굽기도 하고 그릴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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