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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도쿄지검 특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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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지방검찰청 특수부는 거악(巨惡)과 3대 전쟁을 치른 역사가 있다. 1976년 록히드 사건, 88년 리크루트 사건, 92년 사가와규빈 사건이 그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금권정치를 막는 보루로 처음 올라선 게 록히드 사건이다. 미국 항공기 회사인 록히드가 항공기 판촉을 위해 일본 정부 고관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을 수사하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정계 실세인 다나카 전 총리를 수뢰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그 이후 비리 고위 공직자, 부정 정치인, 악덕 기업인들에게 도쿄지검 특수부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가 됐다. 비리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법정에 세우는 것을 올곧게 실천했기에 '일본 검찰의 꽃'이 된 것이다.

록히드 사건 당시 정치권이 검찰에 압력을 가하자 후세 다케시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검사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사표 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서슬 퍼런 권력으로부터 검찰권을 지키는 데 검찰 총수가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 출신으로 검찰총장을 지낸 이토 시게키는 일본 검찰이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명언을 남겼다. "검찰은 늘 배고프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를 감시하는 날카로운 눈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마음에서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회의 움직임, 경제의 흐름 등을 응시할 때에 검찰이 맞붙어 싸워야 할 거악의 희미한 윤곽이 떠오를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측의 정치 헌금 위장 기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30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총리와 관련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나선 것이다. 선배들이 피땀 흘려 쌓은 '법대로 정신'이 후배 검사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도쿄지검 특수부를 보며 개혁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검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신망보다는 불신, 애정보다는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검찰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일본 내각은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로 네 번이나 무너졌다. 목표로 삼거나 원한 것은 아니지만 진실에 기초해 수사하다 보니 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기보다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면서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려는 마음가짐이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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