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배우는 다소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 동서양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19세기 후반 영국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명배우가 있었다. 셰익스피어극 전문 배우인 헨리 어빙(Henry Irving'1838~1905)이 처음이다. 그는 연출'극장 경영을 겸했기에 연기로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영국 기사 작위를 받은 배우는 64명이지만 대부분 20세기 중후반에 받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어빙은 별다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10년간 수습배우를 했다. 18세때 리이시엄 극장에서 '종소리' 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살인범 죄수 역은 그의 음울하고 고독한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햄릿과 로미오 역에서는 사색형의 내성적인 연기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1878년 리아시엄 극장 경영을 맡으면서 무대장치와 의상, 음악에 아낌없이 돈을 써 연극 수준을 크게 높였다. 말년은 불우했다. 극장은 불탔고 미국 순회공연은 참패했다. 1905년 오늘, 무일푼으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런던 포트레이트 갤러리 앞에 동상이 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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