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가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로 바뀌고 있다. 동성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상승으로 이어져 동성로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 중구청이 추진해온 대우빌딩∼대구백화점∼동성5길을 연결하는 동성로와 그 주변을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를 조성을 위한 한전 배전반 이전과 노점상 정리, 의자와 쉼터 조성, 나무심기 등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은 매출이 는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 이외의 상품이나 가게에는 관심을 갖기 힘들다. 걸어다녀야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눈에 들어오고, 구매 욕구도 생기며 매출로 이어진다.
동성로에서 옷가게와 신변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동성로가 더 걷기 좋은 거리,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더 많은 고객들이 찾을 것이고 이는 매출 증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옷가게를 하는 홍종훈(51)씨는 "중앙치안센터에서 대구백화점 본점까지 거리에 최근 '자라', '유니클로' 등의 유명브랜드들이 속속 들어오고 '걷기 좋은 도심 재창조 공사'가 끝난 뒤 유동인구가 예전보다 20∼30% 이상 늘어났다"며 "덩달아 매출이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구간은 오후 9시 이후에는 손님이 끊긴다. 밤에도 거리가 활기를 띠려면 공연 등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백화점 본점 류시태 과장은 "동성로가 걷기 좋은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뒤 지난해와 비교해 3%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 본점 박석호 점장은 "동성로가 공공디자인개선사업 등을 통해 걷기 좋은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주변에 아웃도어 및 스포츠 전문매장 등이 대거 입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5%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동성로상가상인회 박찬우(61) 회장은 "유동인구가 30%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액 구매력 있는 자동차를 운전해 찾아오는 40대 이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구매력 높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공영주차장 확충 등 특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화점들과 상인들은 동성로를 걷기 편안한 곳으로 조성하면 할수록 자가용 이용 고객들의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젊은층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업종 변경과 상품 강화, 고객편의 및 문화공간을 새롭게 창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상권변화도 나타나
동성로 일대가 걷기좋은 도심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활기가 넘쳐난 것은 분명한 사실. 특히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 때 침체됐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소비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 패턴의 변화로 상권의 변화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동성로에는 최근 화장품 가게들과 스포츠 의류 및 신발, 휴대폰 가게들이 많이 들어섰다. 젊은이들의 공간은 삼덕성당 주변 동성 3·4길로 동진(東進)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먹고 마시는 업종들이 많이 들어섰고 이들을 겨냥한 리모델링 공사도 제법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야시골목' 등 일부 골목에는 빈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은 동성로 상권에 매출이 늘어났다는 소문에 편승해 임대료를 대폭 올려 세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가게 세입자는 "장사가 좀 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100% 인상해 달라고 해 절충한 끝에 절반 정도 올려줬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동성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진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동성로 일대 부동산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동성로에서도 걷기 좋은 구간으로 조성한 곳 주변의 점포들은 매출이 조금씩 늘어났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부 건물주들이 임대를 많이 올려 달라고 해 세입자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의 사례
보행환경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는 그 도시의 매력 포인트로 그 성과를 보는 도시들이 많다. 인구 45만명의 일본 나가사키시는 2006년 '나가사키 사루쿠 박람회'를 계기로 '일상 그대로의 나가사키를 걷자'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발, 추진해 성과를 거두었다. 30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지난해까지 40여개나 선정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걸으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라질 남부에 인구 180만의 꾸리찌바(Curitiba) 라는 도시도 1990년 유엔의 환경 프로그램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그 이후에도 여러 환경관련 상들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환경 도시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중앙차선제 도입 등 서울의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는데 꾸리찌바의 교통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도시다.
꾸리찌바는 1970년대초 당시 시장이 시내 상업지역의 혼잡한 자동차 도로 여섯 블록을 주변 상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인도로 변경했다. 이 후 사람의 왕래가 늘어 장사가 잘되자 상인들은 오히려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되었고, 그 결과 차 없는 도로는 열다섯 블록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응호 계명대 에너지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외국의 도시 사례에서 보듯이 보행환경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는 그 도시의 매력 포인드다. 도심에 차를 통제하고 보행하기 좋은 여건으로 조성하는 것이 주변 상인들에게도 처음에는 장사가 생각한 만큼 덜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매출이 크게 신장하는 선순환구조로 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정호 경북대 교수(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동성로 상권이 활성화 된다" 면서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 측면의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했거나 진행중이다. 앞으로는 대구읍성길이었던 동성로의 특성을 살린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등을 통해 읍성을 따라 길과 길을 연결해 '보행천국'으로 조성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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