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을 간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노니는 풍경화인 줄 알고 그저 지나쳤던 그림이 나중에 알고 보니 남송(또는 명대)에 그려진 '봉래산회'라는 작품이었다. 배경은 흔한 산수가 아니라 선계이며, 그림 속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신선들이었다. 그제서야 그림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동서양의 고전 명화들은 정말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 '동서양 기괴 명화'는 제목처럼 기괴한 책이 아니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이, 미로를 찾아가듯이 찬찬히 들려준다. 그제서야 독자들은 그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수십 권의 책으로도 표현하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왕발이는 외다리로 이동하다가 햇살이 뜨거워지면 다리를 거꾸로 세워 그늘을 만들어서 휴식을 취하는 녀석입니다. 기원전 4세기 무렵 그리스 문헌에서 인도 괴물로 언급되었던 것인데, 그것이 중세 유럽인에게까지 흘러들어와 마르코의 여행 이야기와 연결되었습니다.' 한 그림 속의 외발이 괴물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일본내 중국학, 도상학 1인자로 꼽히는 저자 나카노 미요코는 이 책을 통해 그림 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328쪽, 1만8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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