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나라 사람들은 귀가 얇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몰려다니는 경향도 많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뭘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지갑을 탈탈 털어서 그쪽에 투자하러 갑니다. 그러다 보니 '묻지마 투자' 열풍이 나왔고 펀드나 아파트에서 엄청난 투자 손실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해민(가명'40)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펀드 열풍 초반 펀드에 들어갔다가 자기 주관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몰려다닌 끝에 큰 손실을 봤습니다.
김씨는 앞으로 '투자 철학'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투자 실패의 원인부터 분석하고 다시 시작해야
김씨는 재무진단을 요청하면서 '앞으로 꼭 피하고 싶은 투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펀드 투자라고 답했다.
김씨가 펀드 투자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7년 상반기부터다. 2006년 리츠 상품이 수익률몰이를 할 때 우연히 1천만원을 투자했는데 1년 만에 20%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비로소 재테크에 눈을 뜬 것 같았다. 그때부터 인프라펀드, 중국펀드, 일본펀드, 물펀드, ELS 등 당시에 인기를 끌던 펀드에 투자하면서 투자금액이 9천만원에 이르게 됐다.
처음에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이 나면서 재테크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2007년 하반기 한 차례 하락을 경험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조금 있으면 회복되려니 생각했으나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손실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하는 주식시장의 큰 폭락에 속절없이 당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친구들의 조언을 구했다. 친구들 말을 듣고 손실 폭이 큰 펀드를 환매해서 전망이 좋다는 펀드로 갈아타기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신통찮았다. 현재는 5천만원의 손실을 입어 잔액이 4천만원에 불과하다.
김씨가 투자에 실패한 것은 수익만 생각했지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변동성은 어떤 원인에서 오는지 그리고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위험관리기법을 이해하고 나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뒤 본인의 투자원칙을 정립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그 다음 실패요인은 포트폴리오의 실패다. 포트폴리오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분산에 있다. 그러나 김씨는 유행을 따르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 많이 오른 펀드일수록 하락할 때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무목표에 따라 돈을 쪼개라
김씨의 경우 투자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저금리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포트폴리오를 다시 재점검하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에는 재무목표를 먼저 고려한 후 목표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김씨의 재무목표 중 제일 우선적인 순위에 있는 것은 1년 후 아파트 늘리기에 있다.
자녀교육을 위해 수성학군으로 옮길 계획인데 지금 아파트를 팔면 1억원 정도 추가로 필요하다. 따라서 김씨의 금융자산 중 1억원은 조만간 사용될 자산으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는 배제되어야 할 돈이다.
이 돈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돈으로 정기예금을 하면 된다. 그 다음은 예비자금의 확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씨는 사업예비자금을 확보해 놓지 않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천만원을 예비자금으로 떼고 나면 2억원이 남는데 바로 운용자산이다. 아파트를 늘린 뒤 김씨의 재무목표는 자녀교육자금과 결혼자금 그리고 은퇴자금에 있다. 은퇴준비를 위해서는 2년 전부터 변액연금보험에 200만원씩 넣으면서 준비를 해왔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은퇴준비를 위해서 추가로 저축할 필요는 없으며, 은퇴 5년 전쯤 점검을 해보고 부족하면 변액연금보험에 목돈으로 추가납입을 해서 해결하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씨는 아파트 늘리기를 제외한 나머지 재무목표는 장기적인 목표이므로 운용자산 2억원과 매월 저축액 200만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배분을 하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투자자에게 단기적인 위험은 큰 문제가 안 된다
100-나이 이론을 적용한다면 김씨는 2억원 중 60%인 1억2천만원을 투자자산에 나머지 8천만원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된다. 그러나 김씨의 투자실패에 따른 심리 위축 등을 감안하여 투자자산과 안전자산을 50대 50의 비율로 배분할 것을 권한다. 1억원은 정기예금에, 나머지 1억원은 투자자산으로 굴리면 된다.
매달 저축하는 돈도 마찬가지다. 정기적금에 100만원, 적립식펀드에 100만원을 저축하면 된다. 그리고 투자자산 중 국내 주식형펀드에 7천만원, 브릭스펀드에 3천만원을 배분할 것을 권한다.
김씨의 투자성향 그리고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해외펀드의 과세 등을 감안하여 해외펀드의 비중을 다소 낮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자산배분이 끝났다면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유지와 재조정이 중요하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예측하기 어렵고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믿을 만하며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투자의 성과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자산배분과 이를 잘 지켰을 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진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펀드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저조한 투자실적을 기록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재무진단 받기를 원하는 독자는 053)242-3388로 전화하셔서 예약을 하거나 gofp119@hanmail.net으로 연락하셔도 됩니다. 금융자산에 대한 상담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전문가도 있기 때문에 '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상담이 가능합니다.
조현정 센터장 계명대 교수/ 김성숙 부센터장 계명대 교수/ 허수복 부센터장 계명대 강사/ 최창집 전문위원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장/ 배재수 전문위원 진강건설㈜ 대표/ 심진오 전문위원 마루에셋 대구PB팀장/ 윤병구 전문위원 마루에셋 대구PB팀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