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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사람이 죽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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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지면

무명씨

사람이 죽어지면 어드러로 보내는고

저승도 이승같이 님한테 보내는가

진실로 그러곳 할작시면 이제 죽어 가리라.

"사람이 죽어지면 어디로 보내지는고/ 저승도 이승과 같이 님한테로 보내는가/ 진실로 그렇게 할 것이라면 이제 죽어가리라." 는 뜻이다. 초장은 막연한 의문이 되고, 중장은 이승에서 사랑이 삶의 전부를 차지한다는 신념 아래 설의적 수사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종장에서 만약 그렇다면 이제 죽겠다는 것이다. 죽어서 님에게 가기만 한다면 죽기라도 하겠다는 것, 그야말로 지독한 사랑이다.

작자가 누구인지 밝혀져 있지 않고 많은 가집 중에서 『청구영언 가람본』과 『대동풍아(大東風雅)』두 곳에만 전하는 작품이다. 사랑을 노래하면서 죽음과 바꾸겠다는 뜻을 담은 시조는 이 작품뿐이 아니다. 그러나 그 표현에서 이처럼 감칠맛 나는 작품은 흔치 않다. 역시 무명씨 작품으로 20곳 이상의 가집에 전하는 사랑 노래로 "사랑을 찬찬 얽동여 뒤설머지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갈 제 그 모른 벗님네는 그만하여 버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자즐려 죽을망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까 하노라." 는 사설시조도 있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 어느 작품이 더욱 사랑을 절실하게 표현했는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을 쓴 사람이 남성일까, 여성일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면 아무래도 여성 쪽이 아닐까 싶다.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그런 짐작을 가능하게 하고, 중세적 가치관으로 볼 때도 그렇다.

사람이 사는 일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면, 죽어서도 사랑이 제일 중요한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보이는 것이다. 사랑이 삶의 으뜸자리에 앉는 것이라면 그것을 죽음에서 연상시키는 것이 어쩌면 제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이승의 사랑을 저승으로까지 이어가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보면 오독일까? 설사 오독이라도 그렇게 읽고 싶어진다.

사람, 삶, 사랑은 어쩌면 모두가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은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사람의 삶에서 사랑 없는 삶을 생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또 끔찍한 일인가. 사랑이 곧 사람의 삶인 것이다.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사람의 삶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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