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신경섬유종 앓는 이선미씨

퉁퉁 붓는 얼굴에 가려진 '꽃다운 청춘'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선미(24·여·달성군 본리리)씨는 얼굴의 반쪽이 퉁퉁 부어올라 눈을 뜨기도 힘들고, 입도 삐뚤어져 음식을 곧잘 흘리곤 해 곧 7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선미(24·여·달성군 본리리)씨는 얼굴의 반쪽이 퉁퉁 부어올라 눈을 뜨기도 힘들고, 입도 삐뚤어져 음식을 곧잘 흘리곤 해 곧 7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저는 올해 스물네 살의 아가씨입니다. 남들은 '한창 예쁠 나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저에게는 좀 거리가 먼 이야깁니다. 얼굴의 절반이 퉁퉁 부어올라 눈은 아예 떠지지 않고 입마저도 삐뚤어져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진 저를 보고 '예쁘다'고 말해주기는 힘들겠지요. 눈이 나빠 안경을 써야 하지만 이제는 워낙 얼굴이 부어오르다보니 안경마저도 제대로 눈에 걸쳐지지를 않고 있답니다.

저는 신경섬유종(신경계통에 종양이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엄마 말로는 "태어난 지 1년쯤 됐을 때부터 눈과 얼굴 한쪽 부분이 이상하게 변해갔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을 찾았지만 진단도 받지 못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니 기다려보자'고 했었지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첫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병명도 모른채 일그러지는 얼굴을 바로잡기 위한 성형수술만을 했었습니다. 세 번째 수술을 받을 무렵 내려진 진단은 신경섬유종증. 의사선생님은 "시신경과 뇌의 신경이 얽혀져 있는 얼굴에 종양이 자꾸 생기나보니 제대로 절제해 내기 힘들다"며 "평생 이런 수술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벌써 여섯번의 수술을 받았고 이제 일곱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저를 두고 "선미는 철인이야"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수술이 무섭지 않을리야 없겠지만은 1~2년 만에 수술을 되풀이 하다보니 이제는 수술대에 오르는 일도 이력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좀더 힘든 수술이 될 것 같습니다. 자꾸 수술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근육과 신경들이 무뎌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비를 마련하는 일도 자꾸 한계에 부딪힙니다. 아버지는 제가 다섯 살 때 이혼을 하고 열 살 무렵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엄마 혼자 식당일 등을 전전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왔지요. 이런 환경속에서 자꾸 수술을 받아야 하다보니 이제 더 이상 도움을 청할 단체도 없습니다. 심장병 재단 지원금과 정부 긴급지원금도 벌써 여러 번 받았습니다.

엄마는 이런 제 모습이 안타까워 자꾸 눈물을 흘립니다. "내가 잘못 낳아서 너에게 이렇게 힘든 고통을 주는 것 같다"며 가슴을 치십니다. 사실, 한때 저도 이런 제 모습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한창 사춘기 때는 친구들의 놀림이 싫어 몇 주씩 학교를 빼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연해지려 애를 씁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깟 일에 좌절해서야 되겠냐'고 마음을 다잡아 먹은 것이지요.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버스기사 분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승차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약자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원봉사도 부지런히 다니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졸업하고 벌써 2년째. 수십군데 원서를 내 봐도 저를 써주겠다는 시설이 없었습니다. 복지를 실천하는 시설에서도 장애인을 꺼려하는 것이지요. 편견을 벽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아직도 세상의 벽은 너무 높기만 합니다.

그래도 저는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할 겁니다. 저는 단지 일자리가 필요해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일이 제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첫 월급을 타면 꼭 10만원을 떼내 제가 수술하는데 도움을 줬던 심장병재단에 보낼 계획입니다. 나를 위해 정성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제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한결 예뻐진 얼굴로 노인들을 정성스레 보살피는 제 모습을 꿈꿔봅니다.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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