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특혜' 대구경북 피해 가시화

롯데 맥주공장·美 글로벌 기업 지역 공장설립 돌연 재검토

정부가 세종시에 국무총리실 등 행정기관을 이전하려다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 등을 집적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대구경북의 장래 먹을거리를 만들려는 구상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세종시 성격을 '기업도시'에서 '첨단교육과학도시' 또는 '경제중심도시'로 바꾸더라도 대구경북의 4대 현안인 ▷대구·김천혁신도시와 테크노폴리스·국가산업단지 등에 기업 유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R&D특구(연구개발) 지정·조성 ▷국제교육특구 지정·조성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특히 총리실은 대기업과 외국기업의 세종시 공장 설립을 종용해 대구경북의 산업단지에 대기업과 글로벌기업을 유치,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대구경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14명과 만찬을 갖고 세종시 공장 설립을 압박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의 자족 용지를 대폭 확충하고 민간 투자자에게 토지를 저가에 공급하는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상당 수준의 행정적 재정적 인센티브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기업인들도 세종시가 자족 기능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기업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계 총수들은 "세종시가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 의향을 내비친 뒤 "다만 세종시에만 지원이 집중돼 다른 지역의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들은 세종시 특혜로 여타 지방의 피해를 걱정하는데 반해 정 총리는 고향인 충청도 세종시의 발전에만 몰입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구경북의 경우 '신(新)세종시 플랜'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과 경북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맥주공장을 김천혁신도시에 지으려 했으나 정부의 세종시 공장 설립 압박으로 세종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18일 "미국의 글로벌 의료기업인 G사가 대구와 경북에 바이오 관련 공장 설립을 1년여 동안 대구시·경북도와 논의했으나 가시화 단계에서 돌연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각종 혜택이 부여되는 신세종시 플랜 탓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세종시 특혜 하나하나가 대구경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부처를 세종시에 옮기기 싫으면 기업·의료기관을 충남 대신 유치하느라 동분서주하지 말고 서울대학을 옮겨 교육도시로 만들라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방안 제시가 옳다고 본다"고 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세종시에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아예 다른 지방과는 공존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정부의 세종시 정책을 비판했다.

이상헌·김병구·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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