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와 생생한 기사가 살아 숨쉬는 신문이 대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25일 찾은 경일중학교 특별활동수업교실. 10여명의 중학생들이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 학교가 200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느티나무 기자단 소속 학생기자들로 곧 나올 학교신문의 편집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사 내용을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학생기자들은 면별 기사 배치와 사진을 정한 후 기사를 쓰고 제목을 붙이며 사진 설명을 쓰는 등 실제 신문 제작과 똑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신문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신문에는 학교의 장학제도 소개나 각종 행사 등 학교내 소식을 다룬 것이 많았고 학교생활을 코믹하게 다룬 만평도 포함돼 있었다. 미완성 신문이라 사진이 기울어져 있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글씨들이 삐뚤삐뚤 채워지기도 했지만 학생기자들의 발칙한 상상력과 개성은 신문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학생들의 신문제작을 지도하는 하소정 교사는 "각자의 논리와 개성이 발휘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최소한의 보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실을 내용을 직접 선택하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생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지면서 신문도 서서히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1면 머릿기사에는 장학금 제도 등 이 학교에만 있는 6가지를 소개하는 기사가 채택됐다. 인조잔디구장, 반딧불이 공부방, 교육복지실, 전교생 생일축하 등 이 학교 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들이 기사별로 소개됐다.
2면, 3면, 4면은 사업체 견학, 선생님 캐리커처 전시회 등 학교소식과 행사들로 채워졌고 5면, 6면은 다양한 학생활동, 7,8면은 학생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학교생활을 소개하거나 사회현상을 분석한 기사들이 준비됐다.
조윤주기자는 불법다운로드를 근절하자는 문화비평을 썼고 정주현기자는 '중학생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지만 목표를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자'는 칼럼을 준비했다. 김태근, 김지호기자는 '우리학교 명물' 코너를 통해 축구 리프팅의 달인으로 통하는 김민석 학생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아빠와 엄마들은 중학시절 소도 몰고 들판에 꽃도 꺾으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놓고 정작 자녀들은 사교육에 밀어넣고 앉아서 공부만 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애교섞인 표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신문제작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신문제작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지도교사의 설명이다. 하 교사는 "생각하기에 따라 그저 그런 사실에 불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신문제작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는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키워진다"고 말했다. 또 "결과물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에 종합적인 이해능력을 돕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 교사는 또 학생기자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취재나 편집, 사진, 교정 등의 영역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문이 발행된 후 배달까지 학생기자들의 몫이다.
참가 학생들은 신문제작의 참맛에 푹빠졌다. 1학년 신소정 학생은 "신문 제작을 하고 나면 아는 게 많아지고 예전과 다르게 발표하는데도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고 좋아했다. 같은 학년인 노유경 학생은 "글쓰기가 힘들지 않고 즐거워졌다"며 "아울러 책읽는 속도와 이해력이 빨라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진짜' 신문을 접할 때의 자세도 달라진다고 했다. 느티나무 기자단에서 편집장 역할을 하고 있는 조윤주 학생은 신문을 볼 때마다 기사의 배경과 사건의 발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비록 짧지만 취재 및 편집기자 역할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신문을 펼칠 때마다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이 사진은 왜 이렇게 찍었을까'하는 호기심이 머리에 맴돌아요. 기사에 숨겨진 이러한 진실을 상상하고 발견할 때마다 뿌듯할 때가 많아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느티나무 기자단은 2007년 창간된 느티나무 신문의 기획 및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느티나무'는 이 학교의 교목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화합과 안전을 상징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학생은 1학년 6명을 포함, 모두 14명으로 이들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느티나무' 신문을 발간한다. 또 한국언론재단의 신문제작체험 상설교육에도 매년 참가하고 있다. 언론재단에서 파견된 미디어 강사 김선미씨가 기자단 교육 및 신문제작을 지원한다.
*느티나무 기자단 명단 : 노유경, 신소영, 임민정, 김연주, 신나현, 김다혜(이상 1년), 조윤주, 하다빈, 유나영, 최예은(이상 2학년), 김태근, 정주현, 김지호, 조정묵(이상 3학년)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