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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사회적기업을 찾아서] 취약계층에 일자리 주고 수익금 지역 재투자

대구경북사회적기업아카데미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 제공
대구경북사회적기업아카데미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 제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라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일자리도 질적·양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다. 비영리 조직과 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인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익까지 창출하면서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유독 열악하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센터장 김영철)와 함께 대구경북의 사회적기업을 탐방한다.

◆사회적기업이란='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일반적인 기업은 이익 추구가 최고의 목표지만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 제공을 1차적 과제로 삼고 있다. 영업 활동에서 번 돈은 사업 자체나 지역공동체에 재투자된다.

사회적기업이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능력이 저하된 탓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이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고, 사회적기업이 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의 시작=정부는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제정·시행했다. 사회적 기업은 목적이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임무인 '일자리 제공형' ▷서비스 제공이 주된 목적인 '사회서비스 제공형' ▷두 가지 목적이 결부된 '혼합형' 그리고 ▷지역 사회의 일반 주민들을 수혜자로 하는 '지역사회 공헌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1월 현재 전국적으로 사회적기업은 266개가 활동하고 있다. 법 시행 첫해인 2007년 54개, 지난해 218개였다. 이를 통한 일자리는 현재 1만개 이상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 추정액은 465억원, 당기순이익은 28억원으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 하지만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8억~10억원으로 영국의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지원=정부는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크게 경영 지원, 재정 지원, 기타 지원 등으로 나뉜다. 경영 지원은 사회적기업에 경영, 회계 노무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전·현직 전문경영인으로부터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등 인재 양성 지원도 하고 있다.

인건비 재정 지원과 신용대출로 자본금도 지원한다. 또 인증 후 4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50%를 감면하는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4대 보험료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하고, 우수 사회적기업 시상 등의 지원도 하고 있다.

◆대구경북 현황은=11월 현재 대구에는 7개, 경북에는 10개의 사회적기업이 있다. 대구의 경우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충남(5개) 다음으로 숫자가 적다. 서울(63개), 경기(45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이 유독 사회적기업 숫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고, 시민사회단체들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도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유병윤 대구경북사회적기업센터 사무처장은 "대구경북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여건과 여력이 타 지역에 비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구시와 경북도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대구시는 10월 전담부서를 만들었고, 앞서 7월 사회적기업 조례를 제정했다. 또 2012년까지 60개를 육성하고 사회적기업 육성협의회를 만드는 내용의 종합발전계획도 세웠다. 대구시 관계자는 "고용 정책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에 접근하고 있다"며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사회적기업 경영 컨설팅 전문기관을 지정해 운영할 방침이다. 주부 서포터스단을 만들어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하는 생필품을 우선 구매토록 할 계획도 세웠다.

경북도는 3월 조례를 제정했고, 내년 종합육성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해까지 6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이 올해 10개로 늘어났다. 올 초부터 사회적기업 관계자와 설립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워크숍을 개최한 덕분이다. 지난달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경북의 사회적기업들을 직접 방문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시·군별로 3, 4개씩 만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은 "사회적기업과 지자체가 지역 경제의 이익과 관련해 상생의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대구경북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5월 출범했다. 2007년 만들어진 대구경북사회적기업아카데미가 전신이다. 아카데미는 2007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수강생들을 모집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각종 교육을 실시했고, 대구경북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회적기업의 설립·운영과 관련해 총괄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전국 권역별로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예비 사회적기업 발굴, 사회적기업 설립, 지속적인 경영을 위한 경영 전략 및 마케팅, 회계, 노무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기업 지원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재구성하고,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개입을 이끌어내는 일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도"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

영국의 경우 여러 분야에서 5만5천여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 중이고, 이들은 전체 고용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총 매출 규모도 약 50조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세제 혜택을 받는 비영리 기업이 1998년 73만4천여개에서 2001년 170만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회적기업으로는 미국의 스쿠쿰, 영국의 그린웍스, 피프틴레스토랑, 일본의 쇼가와마을 등이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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