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은 스스로 일자리 만드는 시대"

김영식 창업진흥원 이사장

직원 26명, 예산 930억원, 인사·자금·조직 총괄 책임자. 이 정도 권한을 가졌다면 연봉은 얼마나 받을까? 정답은 0원이다.

김영식(50) 창업진흥원 이사장은 비상근에 무보수다. 그러나 한국창업보육협회를 현재의 창업진흥원으로 만든 산파 역할을 했고, 조직 내 모든 권한을 실질적으로 쥐고 있다.

창업진흥원은 10여명에 예산 65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한국창업보육협회에서 출발했다. 현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해 창업진흥원으로 바꾸고 조직과 예산을 대폭 확대한 것.

창업진흥원은 전국 대학 및 연구소에 있는 창업보육센터를 지원하는 상위 기관이다. 창업보육센터는 전국 282개가 있고, 센터 내에 입주한 기업은 4천600개에 2만3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은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업들의 해외 판로와 전시, 기술개발 자금 지원, 창업 예비기술자 육성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청년과 대학생, 일반인을 상대로 창업 교육도 실시한다.

금오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인 김 이사장은 2004년 교내 창업보육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창업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 대구·경북창업보육협의회 회장을 맡았고, 2007년에는 임기 2년의 한국창업보육협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한국창업보육협회는 작은 친목단체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취업만으로 높은 실업률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가 젊은층을 대상으로 창업 지원에 나섰고, 협회가 중간 고리역할을 맡게 된 것.

그 결과 협회는 올 초 창업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창업보육협회장으로 1년 동안 활동하다가 나머지 1년을 창업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하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달 임기 2년의 이사장 선거에 도전했고, 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협회에서 진흥원으로 가는 과도기에 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진흥원을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대구와 구미, 대전을 정신없이 오간다. 대구 상인동에 자택이, 구미에 근무처인 금오공대가, 창업진흥원은 대전에 위치한 탓이다. 1주일에 한 번 창업진흥원에 출근해 업무를 챙긴다. 창업 관련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는 탓에 1주일에 2번 정도는 외부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창업은 경제에서 피와 같다"며 "피가 계속 공급돼야 사람이 건강하듯이 국가 경제 전체로 봐서도 계속 창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걱정했다. 그는 "향후 10~20년 후 공대 지원 학생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IMF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이공계 출신들이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술창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창업이 활성화되면 공대 기피현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이사장은 도전, 열정, 혁신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창업 분야에 몸담고 있으니까 기업인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며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교육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학 진학의 목표가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창업 교육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 실업자 양성소가 됐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취업이 아니라 창업"이라며 "한정된 수의 직장을 얻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에서 창업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멀지 않아 학제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관장이 되면서 공무원 조직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이가 더 많은 공무원 출신 직원들이 90도로 인사할 때는 어색하기도 하다"며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화합해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창업진흥원을 체계화, 내실화,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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