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폭탄의 원리

아이들에게 화학 수업 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실험이 뭐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폭탄 만들기다. 폭탄의 원리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뻥' 터지는 쾌감을 느껴보고 싶은 게 그 이유다. 우리는 폭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화약은 고대 중국, 아라비아, 인도 등지에서 사용된 최초의 폭발성 혼합물이다. 원래 화약은 폭죽과 불꽃놀이를 위해 사용됐으나 11세기 중반부터 불화살 같은 무기를 발사할 때 사용됐다.

화약은 질산칼륨, 황, 목탄의 혼합으로 이루어진다. 목탄이 연료 역할을 하고 질산칼륨은 산소를 공급하며 황은 연소 촉진제 역할을 한다. 반응하는 물질은 모두 고체이지만 생성 물질에는 기체 분자가 많이 포함돼 있다. 폭발의 핵심은 바로 급격한 기체의 팽창에 있다. 폭발 반응이 엄청난 양의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이 열로 인해 기체의 부피는 극적으로 팽창한다. 또한 이 반응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만약 폭발 반응이 천천히 일어난다면 열과 기체가 주변으로 흩어져 폭발의 특징인 격렬한 압력 상승이나 파괴적인 충격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화학이 발달함에 따라 더욱 발전된 화약류의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1847년 아스카니오 소브레로는 질산이 유기 화합물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던 중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발견하였다. 황산과 질산의 혼합물에 글리세롤을 부은 뒤 이 혼합물을 물 속에 넣으면 오일층이 분리되어 나오는데 이 오일층이 바로 나이트로글리세린이다. 이 물질은 매우 불안정한 분자라서 열이나 충격을 가하면 매우 쉽게 폭발하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다루면서 필요할 때 폭발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1866년 알프레도 노벨은 액체 상태의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안정화하는 방법을 찾던 중 톱밥, 시멘트, 숯가루와 같은 중성의 고체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섞어 고체화하는 실험을 했다. 우연히 톱밥 대신 들어간 규조토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흡수하고도 다공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규조토는 작은 해양 생물의 유해로 만들어진 입자가 고운 흙으로 연마재, 흡수제 등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규조토가 나이트로글리세린 입자 사이로 들어가 나이트로글리세린 입자들이 분리되면서 분해 속도가 느려졌다. 이로써 나이트로글리세린의 폭발성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벨은 힘을 뜻하는 그리스어 다이나미스(dynamis)에서 이름을 따, 이 혼합물을 다이나마이트라고 이름 지었다. 노벨은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후에도 더욱 강력하면서도 검은 연기를 내뿜지 않는 화약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나의 발명이 또 하나의 발명을 낳는다', '실수와 우연이 위대한 발명을 가져다준다'는 말처럼 누구나 위대한 발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주변의 사소한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물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만 있어도 된다. 화학은 모든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데 꼭 필요한 학문이다. 대학 진학과 취업이라는 문 앞에 좌절하지 않고 순수한 학문으로서 더욱 진보하기를 바란다.

강유경(대구 성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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