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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감동주는 경기할것"…이영진 대구FC 감독

이영진 대구FC 신임 감독이 23일 인터뷰 도중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영진 대구FC 신임 감독이 23일 인터뷰 도중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FC서울 코치 시절 대구FC는 항상 껄끄러운 상대였습니다. 2007년엔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구에 지는 바람에 6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지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올해 첫 경기도 대구와 비기는 등 왜 그런지 대구만 만나면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구FC의 감독이 됐네요."

23일 만난 이영진 신임 대구FC 감독의 첫 인상은 부드러웠다. '약하지 않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호하고 분명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는 바람직한 감독의 모습이기도 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경기장 안에선 독하지만 밖에선 편안한 카멜레온 같은 감독 말이다. 대구FC에 대한 분석과 정보력도 뛰어났다.

이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성향부터 파악할 작정이라고 했다. 성격과 스타일, 특징, 기량, 부상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 개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자료 분석하는 식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많은 대화를 통해 선수들의 마음을 열겠다는 것. 이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와 믿음을 먼저 쌓고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코칭 스태프, 선수단에 대한 변화도 시도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인 코치 영입. 이 감독은 구단과 협의해 남미에서 피지컬 트레이너 겸 전술 코치를 스카우트해 과학적이고 선진화된 선수 관리 및 경기 운영을 시도할 작정이다. 또 구단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선수단을 보강, 팀을 재정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 관련해선 조금 늦더라도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직접 눈으로 보고 테스트하는 등 신중을 기해 외국인 농사에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K-리그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적 시장에 나온 선수 대부분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 선수 영입 작업엔 큰 문제가 없다. 또 외국인 선수는 전지훈련기간을 평가의 기회로 삼아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내년 목표는 팀 재건이다. 2012년 우승을 위해선 남은 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만큼 내년을 팀을 새로 만드는 과정으로 삼겠다는 것. 대구FC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젊은 팀인 만큼 가능성·장래성 있는 선수를 육성하고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과 수비 안정을 통한 공격 축구를 펼치면 충분히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팬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이라는 생각도 분명하다. FC 서울에서 세뇰 귀네슈 감독의 축구 스타일과 철학을 많이 배웠는데 그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축구팬에 대한 자세라는 것.

"감히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내년,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치는 대구FC를 지켜봐 주십시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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