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캠페인에 산타클로스가 찾아왔어요."
가난한 생활에 이것저것 욕심내 봤자 부질없을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학생들. 늘 필요한 것을 말해보라면 '없다'고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던 학생들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속 꼭꼭 감춰둔 소원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23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의 대구화랑협회 사무실. 한무리의 어른들이 선물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책상위에는 패딩점퍼와 MP3, 축구화 등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들이 선물을 나눠줄 대상은 매일신문사가 2009년 한 해 동안 진행해 온 '희망나눔 캠페인'에 소개됐던 30여명의 학생들. 대구아트페어를 주관한 대구화랑협회 측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학생들에게 '산타할아버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대구화랑협회는 지난 8월에도 100만원의 성금을 희망나눔 캠페인에 기탁한 바 있다.
박정엽 회장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2009 대구아트페어'의 입장료 수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쓸까를 고민하다 수익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 즐거움을 선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밝힌 아이들의 소원은 개성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한겨울 방이 너무 추워 극세사 이불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온 잘 되는 패딩점퍼가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소원을 이야기한 학생들도 있었고, "문화상품권을 주면 고3이 되는 내년 한 해 문제집을 사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성실파 남학생도 있었다.
트럼펫을 불고 있는 학생은 "연습할 때 박자를 맞춰주는 메트로놈을 사주면 좋겠다"고 했고, 한 여중생은 "앞으로 점점 더 행복해질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담아 놓을 디지털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박 회장은 "동일한 선물을 30명에게 나눠 주면 좀 더 손쉽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진정한 산타클로스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선물이지만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선물은 크리스마스 전에 학생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퀵서비스를 이용해 이날 저녁 배송됐다. 아버지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동생과 단둘이 생활하는 김소현(가명·중3)양은 "몇 년 만에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인지 모르겠다"며 감사인사를 전해왔고, 이효정(가명·중2)양은 "늘 친구들이 가진 MP3가 부러웠는데 최신형 MP3를 받게 돼 저에게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2009년 크리스마스에 학생들은 처음 산타클로스를 만났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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