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 (1) 연재를 시작하며

어디를 파도 미네랄 워터 콸콸…대구는 축복 받은 도시

대구의 물 이미지는 나쁩니다. 낙동강 때문입니다. 운문댐 물을 먹는 수성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시민 대부분이 낙동강물을 먹고 있으니 대구의 물을 낙동강과 연결짓는 것은 당연합니다. 낙동강은 페놀오염 사고에서부터 1,4다이옥산 검출 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 오염의 상징처럼 되다시피했습니다. 그러니 삼단논법에 따라 '대구의 물=낙동강' '낙동강=오염' '대구의 물=오염'로 연결됩니다. 불명예입니다.

그런 대구가 새해에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암반수를 시민들이 즐겨 마실 수 있도록 동네우물을 만듭니다. 대구의 천연암반수는 예비검사 결과 프랑스의 광천수인 에비앙보다 더 우수합니다.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 수행자들조차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물의 도시 大邱 프로젝트'를 연중 진행합니다. 그 첫 프로젝트가 '동네우물 되살리기'입니다. 대구 시민들이 천연암반수를 마시게 하고, 대구 물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동네우물 되살린다

지하수는 오염 상태가 심각하고, 냄새가 나 허드렛물로 적당하다는 인식을 일반인들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잘못된 정보에 따른 오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구의 물은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허드렛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보물'이다. 대구시가 동네우물을 되살려 시민들에게 미네랄워터를 제공키로 한 동기다.

제안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59) 박사가 했다. 30여년간 물만 연구한 그는 '물 박사'로 통한다. 환경부와 대구시 예산 60억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권대용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이 성 박사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예산 확보였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원하지 않았으면 또한 불가능했다. 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는 상수도 정책과 배치돼 대구시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성 박사의 '특이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품질이 우수하고 양만 충분하다면 비상급수용으로 개발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준설 공사시 발생할지도 모를 황톳물 문제도 동네우물로 일부 해결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60억원은 소규모 수도시설 개량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와 천연암반수 35곳 개발에 쓰인다. 35개의 동네우물이다. 2012년까지 모두 300개의 동네우물을 만들면 250만 대구시민들은 500m 이내에 우물을 하나씩 갖게 된다.

기본 및 실시설계는 도화종합기술공사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동네우물 개발에 지역 업체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대구시의 방침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몇 곳의 동네우물 개발이 완료된다.

1차 천연암반수 개발 대상지는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 대륜고 죽전중 서부초교 등 병원·학교로 잠정 결정했다. 2·28기념공원 동구문화체육관 본리어린이공원 월배공원 침산공원 평리공원 중리공원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등 공공시설에도 동네우물이 만들어진다. 감삼우방드림시티도 후보지다.

◆동네우물의 문화공간화

과거 우물은 동네 사람들 누구나 찾는 공간이었다. 두레박으로 식수를 긷고, 여름철에는 어린이들이 등목을 하는 장소였다. 가끔 아낙네들이 밤에 목욕을 하고, 염치없이 빨래를 하는 곳도 우물가였다.

사람이 모이니 뉴스도 넘쳤다. 동네 사람 흉도 우물가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소통의 공간, 문화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대구시는 동네우물을 시민들이 모이는 소통의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우물가를 잘 꾸며 동네 명물로 만든다. 하지만 두레박은 보지 못한다. 편리하게 물을 길을 수 있도록 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도록 한다. 미네랄워터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1인당 5ℓ씩 4인 가족 기준 20ℓ면 마시고, 밥 짓고, 설거지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1회에 물통 2개씩 긷도록 한다.

작은 음악회, 그림 전시회, 백일장 등 소규모 문화 행사도 동네 우물가에서 갖는다. 동네우물을 홍보해 시민들이 즐겨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의 도시 대구

'물의 도시'라 하면 흔히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올린다. 118개의 섬이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300개의 동네우물에서 천연암반수가 콸콸 쏟아지는 대구라면 '물의 도시' '물의 왕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듯하다.

게다가 대구는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이 흐르고 있다. 한 도시에 3개의 강이 흐르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특히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량이 한강처럼 풍부해진다면 외국인들이 '물의 유토피아'라며 입을 쩍 벌릴지도 모른다.

대구시는 이런 천혜의 환경을 무기로 범의 해에 물의 도시를 향한 첫발을 야심 차게 내디뎠다. 동네우물 되살리기를 필두로 2015년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을 유치하기 위해 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대구의 지하수를 제대로 홍보한다면 세계물포럼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판단이다.

물을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대구경북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사무총장 박광길)와 대구창업투자(대표 신장철)는 물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를 광역경제권 발전 선도사업으로 채택하는 길도 열려 있다.

물로 나빠진 대구 이미지를 물로 씻을 날이 머지않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