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양상의 단위 농·축협 조합장 선거를 쇄신하기 위해 조합 안팎에서 자조 섞인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아 애꿎은 조합원들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단위 농·축협의 비리 선거를 매듭지을 방안은 없을까. 선거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의식 개혁이 선행돼야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합장 권한 축소 ▷선거시 공직선거법 준용 ▷농·축협 중앙회의 감사 기능 강화 등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인사권에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대신 무보수 명예직으로 조합장의 지위를 정리하고, 선거 과정에서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해 금품 선거가 시작될 싹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실질적 유관기관인 농·축협 중앙회의 감사 기능 강화라는 자구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합장 권한 축소
강력한 인사권에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대신 무보수 명예직으로 조합장의 지위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무이사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고, 조합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의원으로 재직 중인 조합장 출신 한 인사는 "조합장은 그 지역 사정에 밝은 상징적 인물로 두는 게 현재의 부조리를 없애는 지름길"이라며 "당장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중앙회 차원의 보수 가이드라인을 정해 못 박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억원 안팎의 연봉을 챙기는 자리이기 때문에 수천만원을 선거에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지적이다.
특별 채용 등 인사권에 대한 권한도 인사업무협의회에 전권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조합 직원에 대한 인사는 시·군인사업무협의회(각 조합장과 중앙회 소속 지부장과 간사로 구성)가 맡았지만 계약직 직원 등 채용에서는 조합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금품이 사용된 조합장 선거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당선자가 취임도 못 하고 구속되는 것은 물론 돈을 받은 조합원까지 수사를 받는다. 선거 후에도 앙금이 남는 등 온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조합장 선거 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되는 법률은 농업협동조합법이다.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조합 임원 선거의 경우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아 후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게 현실"이라며 "후보자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확대해 돈선거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끊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회의 감사 기능 강화
농업협동조합법은 농협중앙회가 단위 농협에 대한 감사를 2년마다 한차례 하도록 규정해뒀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조합원마저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까지 제왕적 권력을 휘두른 단위 조합장에 대해 중앙회가 감사를 하더라도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는 단위 농협이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망나니 조합'을 양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 북대구농협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 대구지법에 특명 감사인 선임을 요청했다. 조합장이 1981년 이곳에 취임한 이후 무려 28년간 있으면서 독단적으로 잇속을 챙겨왔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장이 2006년 기본연봉 5천820만원, 성과연봉 1천940만원 등 7천760만원이던 자신의 연봉을 2007년 9천490만원, 2008년에는 1억6천425만원으로 총회 결의 없이 인상했다는 것이다. 특별 상여금을 챙기는 것은 물론 직원 채용에 친인척을 상당수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말 대구지법은 이 부분을 받아들여 특명 감사인을 선임했지만 조합장이 대구고법에 항고한 상태다. 농협중앙회도 이곳에 처벌을 내린 적은 없었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 조합장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감사인을 선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항고한 것"이라며 "친인척 채용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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