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판이야기]여건 무르익은 전자책, 올해는 제대로 팔릴까

2010년 출판 시장은 '전자책'(e-book)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 이야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여년 전 '종이책의 시대가 가고, 디지털 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고, 전자책의 판매는 미미하다. 판매지수를 볼 때 (책에 따라 다르지만) 전자책 판매는 종이책의 100분의 1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종이책에 익숙하다는 점이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의 종류 부족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계가 PC밖에 없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인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2006년 9월 소니가 전자책 리더기(파일로 받은 텍스트를 읽기 위해 필요한 책 크기의 기계)인 '리더'를 내놓은 데 이어, 2007년 11월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과 '리더'의 판매 대수는 세계적으로 1천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종이책 구매가 월등히 높지만 전자책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량이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자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아직 '전자책'이 익숙하지 않다. 인터넷 서점들이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국한돼 있다. '전자책'이나 '전자책 리더'기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2009년 서점업계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연간 30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전자책을 알고 있고, 전자책을 구매해 읽을 용의가 있다는 독자도 40%가 넘는다. 이른바 '종이책'과 '전자책'의 한판 대결이 임박한 것이다.

'종이책 VS 전자책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후는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상당수 출판사들이 종이책과 더불어 전자책을 생산하고 있다. 3, 4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베스트셀러 위주로 전자책을 제작하던 관행과 달라진 점이다.

전자책 리더기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둔 회사들도 많다. 아이리버의 '스토리', 삼성전자와 교보문고가 제휴해 만든 'SNE-50K'가 이미 출시됐다. KT 역시 아마존의 '킨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SK텔레콤, LG텔레콤도 전자책 리더기 생산을 추진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야흐로 2010년이 수천년 종이책 주도의 역사가 바뀌는 실제적인 원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전자책은 우리나라 출판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음 주에는 이 점에 대해 짚어본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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