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 전 우리의 딸들을 위해 싸우고 있어요"

▨엄마에게 쓰는 편지 / 와리스 디리 지음/권오숙 옮김/기린원 펴냄

와리스 디리는 소말리아 출신 슈퍼모델이다. 어린 시절 할례(소녀의 성기를 면도칼이나 가위, 심지어 이빨로 잘라 내는 행위)를 당했다.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은 적이 있으며, 강제 결혼을 피해 옷 한벌만 걸친 채 달아났다. 다행히도 그녀는 런던에 도착했고, 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됐다.

모델로 성공한 그녀는 '여성 할례' 반대 운동가가 됐다. 현재는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와리스 디리 재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는 매년 300만명 이상의 여성, 하루에 약 8천명의 여성이 할례를 당한다.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운명을 그린 책 '사막의 꽃' '사막의 새벽'에 이어 유럽에서 할례를 당하는 소녀들의 이야기 '사막의 아이들'을 썼다.

그녀는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잉태한 아프리카를 사랑했다. 그리고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아프리카 여인인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용서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0년 만에 다시 만나 오랫동안 싸웠으며, 결코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한 채 헤어졌다.

어머니와 심하게 다투고 헤어진 후 딸은 어머니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이 책은 그 편지를 묶은 것이다.

'우리는 모녀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너무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 할례에 대항하여 투쟁하는데, 엄마는 그걸 옹호합니다. 저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데, 엄마는 가부장적 사회를 신이 부여한 것으로 믿고 계십니다. 엄마는 모든 것이 지금 그대로이기를 원하며, 그걸 전통이라고 부르십니다.'

지은이는 아프리카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스스로 믿지 않도록, 자의식조차 없도록, 영원한 패배자란 생각을 하도록 주입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세월이 이어지면서 그들은 원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잘못 이해된 전통과 종교가 아프리카의 자존심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억압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편지는 와리스 디리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 자신을 낳아준 대지, 자신과 같은 어린 소녀를 기르고 있는 아프리카에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308쪽, 1만2천8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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