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리온스, 또 하나의 굴욕…한 경기 고작 47득점

연패 탈출은커녕 역대 최소 득점 기록만 세우는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5연패에 빠져 있던 대구 오리온스는 7일 안양 KT&G와의 원정 경기에서 47대66으로 무릎을 꿇었다. 서로 실책이 난무하고 득점이 저조한 진흙탕 대결이었다.

한 경기 역대 최소 득점은 2005년 12월 28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창원 LG가 기록한 50점. 1998-1999시즌 전무후무한 32연패로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을 썼던 오리온스는 이날 맥빠진 공격으로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권을 빼앗기는 실책을 22개나 저질렀고 허버트 힐이 넣은 14점이 팀 내 최다 득점일 정도로 빈공에 시달렸다.

1999시즌 당시 기록적인 연패를 거듭하던 오리온스는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다. 김병철, 전희철, 박재일 등을 한꺼번에 군에 입대시켜 그들이 제대한 후 상위권 도약을 노려볼 심산이었던 것. 백업 선수들과 수준급 외국인 선수로 중위권은 유지하리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레그 콜버트가 부인과의 불화로 갑자기 짐을 싸 '야반 도주'하는 바람에 오리온스는 끝없이 추락했다.

이날 맞상대인 KT&G는 공교롭게도 오리온스가 32연패를 할 당시의 팀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팀. 속공을 진두지휘하던 주희정을 서울 SK로 보낸 뒤 남은 김태술, 양희종, 김일두 등 국내 주전 선수들을 함께 군에 입대시켰다. 역시 이들이 제대한 뒤 도약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시즌 속공으로 상대를 떨게 했던 KT&G는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KT&G에는 달아난 콜버트와 달리 성실한 크리스 다니엘스가 있었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에서 뛰기도 했던 다니엘스는 시즌 도중 전자랜드에서 건너와 KT&G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이날도 다니엘스는 15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김성철(13점)과 함께 KT&G의 공격을 이끌었다. 평소보다는 부진했으나 오리온스를 상대하기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김남기 감독이 지시한 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 공격은 너무 허술했다. 김 감독의 작전에 따른다 해도 그 지시만 따라할 뿐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도 없었다. 3점슛보다 2점슛으로 착실히 따라붙으라고 하면 노마크 3점슛 찬스에서도 패스를 돌리는 등 자신감을 잃은 플레이가 반복됐다. KT&G의 실책을 발판 삼아 쫓아갈 만하면 덩달아 실책을 범했다.

아직 오른쪽 무릎이 완전치 않은 김승현을 잠시라도 투입시키는 등 김 감독은 연패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선수들은 김승현의 패스에만 반응했을 뿐 그가 무릎 통증으로 코트를 떠나자 좀처럼 빠른 공격을 시도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게다가 4쿼터에는 자유투로만 5점을 넣는 데 그치는 등 이날 야투 성공률이 27%(44개 시도 12개 성공)에 그쳐 완패하고 말았다.

원주 동부는 홈에서 서울 삼성을 상대로 16점 차를 만회하는 역전쇼를 펼치며 74대73으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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