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술'이란 모호한 개념이지만 미술 평단에서 사용하는 개념인바, 개인이 한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가를 다루는 미술이 정치 미술이다. 미술의 정치·사회학적 기제에 관해 말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국가 혹은 의회정치 같은 현실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를 미술 언어로 성찰하는 것이 곧 정치미술인 셈이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정치 미술은 크게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갈라진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정치미술이었던 민중미술이 '자본주의의 사회적 계급 간의 갈등이나 군사독재에 대한 이념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주로 비민주적인 군사정권에 맞서 모순에 찬 현실을 미술로 발언하고자 했던 것(김종길)'으로 이해한다면, 이후 세대는 계급 타파나 사회변혁 같은 큰 담론이 아니라 작은 담론에 주목했다. 또한 한국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을 둘러싼 세계의 다양한 문제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근대화 과정에서 노출된 타자·기억·이주노동·도시화·테러 등의 이슈를 다루기도 하고,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몰고 온 탐욕·재개발·소비·종교·생태 등의 문제를 쟁점화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세대가 다루고 있는 이러한 주제어들은 따로 떨어진 것들이 아니라 한데 얽혀 있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 혹은 '잊기와 기억하기'의 싸움으로 가령 도시화는 1990년대 이전 민중미술에서의 민주주의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자본주의의 전략이다. 거기에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존재하는데, 신도시 정책과 맞물린 재개발 정책에 현대 한국사회의 욕망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는 정치미술의 테제이며 또한 정치사회적 문화 효과(culture-effect)라는 점에서 '문화 팝아트'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날 동시대 작가들은 바로 그런 문제들을 작품에 녹여 내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이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나 신세대 작가들의 창작 형식은 너무나 재기발랄하다. 선배들이 직설적인 방식을 선호했다면 은유와 상징으로 무장, 해학과 익살을 다루기도 하고, 또한 회화 위주의 작품에서 탈피해 사진과 영상·설치·조각 등 주제에 맞는 가장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품들도 매우 컬러풀해졌다. 작품, 즉 예술의 주제는 무겁지만 작품들은 생기가 넘친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살펴본다면 결코 지루하지 않은 것이 1990년대 이후 세대의 정치미술인 것이다. 아방가르드의 청년정신을 올곧게 이어가면서 당대의 현실 문제를 미술 언어로 바꾸는 미술가들, 바로 그들이 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견인차일 것이다.
갤러리소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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