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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고향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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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제계 수장인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지역 출신 정치인과 관료 등에게 일침(一鍼)을 날렸다. 그동안 이들을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해서 수십 차례 건의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역 출신이지만 이미 '서울 사람'이 된 탓에 지역 사정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는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이 얘기를 듣고 중국 한(漢) 고조 유방(劉邦)이 불현듯 떠올랐다. 모반을 진압한 유방이 수도 장안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향인 패현(沛縣)을 지나게 됐다. 친구와 어른들을 초청해 큰 잔치를 연 유방은 술이 거나해지자 축(筑)을 치며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불렀다. "큰 바람이 일고 구름은 높이 날아가네/ 위풍을 천지에 떨치며 고향에 돌아왔네/ 내 어찌 용맹한 인재를 얻어 사방을 지키지 않을 것인가." 유명한 '대풍가'(大風歌)이다.

술 마시고 담소하며 10여 일이 지나 유방이 돌아가려 하자 패현 사람들이 전송하며 술과 고기를 가져오니, 사흘을 더 머물며 술을 마셨다고 한다. 고향 사람들과 황제 사이에 혈육 이상의 정이 흐른다는 사실을 단박에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패현 사람들은 유방이 황제에 오르는 데 누구보다 많이 기여했고 이에 유방은 고향 사람들에게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 은혜를 갚는 데 충실했다. 이 모두가 유방이 수구초심(首丘初心)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들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들이 적지 않다. 포항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총리실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수정안 추진에 올인하는 친이계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 지역 출신이다.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가졌으면서도 수정안에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국회의원들마저 있다.

자기 소신'철학에 따라, 아니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나타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으로 대구경북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정안에 찬성 또는 동조하는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의 행보는 문제가 있다. 이 사람들에게 고향을 생각하는 수구초심이 있는지 한 번 묻고 싶다. 가수 남진이 부른 '마음이 고와야지'란 노래에 빗대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고향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대구경북 사람이지/ 태어나기만 하고 간판만 그럴듯하다고 이 지역 출신이냐/ 고향 사랑 가슴에 간직한 사람이 정말로 대구경북 출신이지~."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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