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김치는 입을 쪽 오무리고 먹어야 하구마. 자칫하면 옷 다 버려요." 군위 단풍콩잎김치의 대명사인 윤팔선씨는 들깻잎, 풋고추, 고들빼기(씀바귀), 민들레도 콩잎김치와 같은 방법으로 물에 삭혀내 김치를 담근다. 고추김치는 깨물면 새콤달콤한 물이 톡 터져 나와 조심조심 먹어야 한다고 일러준다. 하지만 이 모습 자체가 식탁 위에 웃음꽃을 만발하게 해준다고. 그래서 고추김치는 자연스럽게 흥겨운 시골밥상을 연출해 빠질 수 없는 약방 감초격 반찬이라며 웃는다.
"아이구마. 나는 아직 멀었심더"라며 자신의 음식 솜씨에 대해 군위 사투리로 겸손해 하는 윤씨는 부녀회원들 자랑에는 팔을 걷어붙인다.
회원 장순연씨가 만든 오징어 무말랭이는 별미. 여유로운 양념으로 버무려 무말랭이가 촉촉하고 오도독 씹히는 입감도 좋지만 퉁퉁 붇지 않도록 마른오징어를 구워 넣은 게 특징이란다. 김복순(51) 부녀회장은 안동식혜를 아주 잘하고, 김말숙(54)씨의 동치미와 고추김치, 총무 남석순(51)씨가 만든 민들레김치의 감칠맛은 소문이 자자하며, 최순옥(57)씨는 부추김치, 신순희(51)씨가 만든 시금장과 고디탕(다슬기국)은 화본마을 최고라고 입이 닳도록 자랑한다. 모두 시답잖은 재료로 짭짤하게 한상 가득 차려 놓은 것을 보면 솜씨 좋은 알뜰 살림꾼임에는 틀림없다.
"거무튀튀한 시금장은 옛날 고향마을과 친정 식구들이 생각나는 음식이지요." 보리등겨를 뭉쳐서 은은한 왕겨 불에 구워내 담근 시금장(등겨장)도 콩잎김치처럼 시골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지만 보리밥에 쓱쓱 비벼먹던 그 옛날 눈물겹던 고향 이야기를 다시 들려 주는 애잔하기만한 음식이라고….
◆ 군위 콩잎김치에 어울리는 '전통 시골반찬'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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