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의 1년 생활은 얼핏 학교생활과 수업, 자기학습이라는 단조로운 패턴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성공하리라 생각하고 수능시험을 치를 때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 앞세우기 쉽다. 하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전체 모집인원의 10%)과 수시모집(60%)의 비중이 대폭 높아진 상황을 간과하고 수능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일단은 내신 관리와 수능 대비에 초점을 맞추되 자신의 강점과 약점, 소질이나 관심 분야 등을 면밀히 점검해 수시와 정시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기별로 어떤 전략으로 임하고 학습해야 할지 짚어본다.
◆계획 수립과 준비(1~2월)
▷전략=지금까지 수험생들은 연초가 되면 자신이 수험생이 됐다는 흥분과 걱정에 방대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수시의 비중이 더 커진 지금은 이런 막무가내식 학습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이 시기에는 내신과 모의평가 성적, 특별활동 등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성과들을 꼼꼼하게 따져 전체 입시의 틀을 어떻게 만들겠다고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원할 대학의 범위를 크게 잡아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고, 그에 따른 계획은 어떻게 맞춰갈지 그려본다. 특히 수시에 비중을 둔다면 앞으로 지원 대학 결정과 논술 준비 등에 어느 정도 시간을 어떻게 투입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논술이나 심층면접은 단기 학습으로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장기적인 계획 속에 준비해야 한다.
▷학습=지금까지의 성적에 맞춰 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영역에 걸쳐 자신의 취약 부분을 정리하면서 향후 보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방학이라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위권은 개념 심화 및 신유형과 고난도 문항 대비, 중위권은 기본 개념 정리, 하위권은 기초 강화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는 것이 좋다. 수능은 최근 기조로 보면 올해도 쉽게 출제될 전망이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되는 몇몇 문제들은 대단히 까다롭다. 자신 있는 과목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난이도 높은 문항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막상 학기가 시작되면 자기 계획에 맞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논술과 심층면접의 기본을 다지기에 적절한 시기이므로 중상위권 학생들은 시사 읽기와 독해력 강화, 글쓰기 훈련 등과 함께 수학·과학 주요 개념 심화학습 등에 시간을 어느 정도 배려해야 한다.
◆학습 구체화(3~6월)
▷전략=1, 2월 동안 어느 정도 성취를 거뒀다면 계획에 맞는 학습과 준비가 가능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수험생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과도한 학습 의욕으로 덤비기 쉬운 시기다. 고3생의 경우 학교생활로 인해 방학에 비해 학습 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답답해하기 쉽다. 3월 첫 모의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그만큼 혼란이 큰 시기다. 그러나 3월 모의평가가 수험생활의 결과를 판가름한다는 속설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첫 모의평가 결과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더 맞다.
침착하게 3월 모의평가와 6월 평가원 모의평가를 분석해 향후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두 번의 모의평가를 비교해 보면 수시와 정시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둬야 할지, 지원 가능한 대학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잡힌다. 영역별·단원별 장단점과 취약 부분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수험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학습=모의평가를 통해 자신의 영역별 학습계획을 세분해 수립한다. 본격적인 수험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3월 모의평가에서 드러난 자신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형태로 진행한 학습의 결과를 6월 모의평가로 점검해보면 이후 학습을 통해 실제 수능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취약점을 보완하는 자신의 학습방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영역·과목별 학습시간 배분과 방법은 효과적이었는지 등을 살펴 수험생활 후반기를 준비한다.
기본개념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이를 다지는 데는 수능 기출문제 풀이가 효과적이다. 최근 3, 4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자신의 개념 정리 정도와 실제 출제 경향을 비교해 본다. 이 시기부터 오답노트를 만들어가면 마지막 정리 때 큰 도움이 된다. 기본개념 정리가 덜 된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이 시기에도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대학별 고사 준비는 수능 대비와 연계해 특정 과목을 심화학습하는 정도로 유지한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은 일주일에 일정 시간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심화와 선택(7~8월)
▷전략=1학기가 끝나면서 수험생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여름방학 동안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집중력도 높아지는 만큼 욕심을 내서 학습량을 많이 쌓아야 한다. 수시모집 지원에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자하느냐가 문제다. 내신성적이나 기본 스펙에 큰 문제가 없다면 수시는 일단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려면 생각보다 서류 준비에 시간이 많이 든다. 수능 전에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너무 많은 대학에 지원할 경우 이런저런 고민과 상담, 준비에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교과 학습을 망칠 수 있으므로 수능 대비와 수시 준비를 적절히 병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습=날씨는 무덥지만 학습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수험생활에 탄력을 받은 학생들이 실제 공부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면밀한 학습 계획이 필요하다. 1학기 때 사용한 학습방법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과감하게 바꿔보는 것도 좋다. 시간이 늘어났다고 무턱대고 계획량을 늘리는 것은 실천하지 못했을 경우 계획과 실패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단기적인 계획을 세워 성취의 기쁨을 이어가는 것이 한층 효과적이다. 미진한 기본개념을 집중적으로 정리해 심화문제에 대비하는 한편 다양한 문제를 풀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식의 공부가 요구된다. 무더운 날씨에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운동과 분위기 전환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점검과 관리(9월~수능)
▷전략=수능까지 마지막 질주를 해야 하는 시기지만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다. 급한 마음에 여러 가지를 많이 하려 들다가는 이도저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보완해 그동안의 점수를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9월 모의평가는 준비부터 점검까지 실제 수능을 치르는 마음으로 진행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과 내용을 되짚어 수능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모의평가 이후로는 휴일에 혼자서 수능과 같은 시간 배분으로 모의고사를 쳐 보는 훈련을 몇 차례 하는 것이 좋다. 학습이 중심이 되는 시기지만 이때도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전형 방법을 검토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영역별 가중치 부여 여부나 선택과목 반영 등 수능을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느냐에 맞춰 학습 시간을 쪼개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습=새로운 참고서나 문제집보다는 그동안 해오던 교재를 반복해서 정리하는 편이 낫다. 문제풀이 역시 지나친 고난이도나 신유형 문제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남은 기간 점수를 올리겠다는 식의 학습보다는 지금까지의 점수를 유지한다는 식의 학습이 오히려 점수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수능은 기본개념을 중심으로 중간 난이도나 쉬운 문제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아는 문제를 실수 없이 맞히기만 해도 자신의 평소 점수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실전에 대비해 자신이 평소 시간 부족을 겪은 영역, 실수가 많았던 영역 등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수능 실패를 겪지 않는 최선책이다. 이 시기 학습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매일 모든 영역을 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어떤 과목이든 2, 3일만 내버려두면 실전 감각이 떨어지므로 하루 30분씩이라도 영역별로 학습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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