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당론 변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서는 지금 원안이냐, 정부 대안이냐의 선택 이전에 우리 한나라당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당의 입장을 결정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라고 있다"며 당론 변경 방침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한나라당은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정부가 제시한 행정도시 발전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는 절차조차 진행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해하시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내 세력 분포는 친이계 80~90석, 친박계 50~60석, 중립의원 30여명 등이다. 사안에 따라 친이와 친박 내부의 의원들이 교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석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정 대표가 수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당내 주류층의 힘을 업고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론 변경에 성공할 경우에는 당장 그의 리더십이 재조명된다. 여기에 친이계 지원까지 더한다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또 애초부터 '정운찬 vs 박근혜', '친이 vs 친박' 구도로 진행된 세종시 문제를 '정몽준 vs 박근혜' 구도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당론 변경 움직임에 박 전 대표가 발끈하면서 '정 vs 박' 구도가 본의 아니게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8대 지역구를 울산에서 서울로 옮겼지만 정 대표의 수도권 지지 기반은 그리 탄탄하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그의 측근들은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TK, 민주당은 호남,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표밭인 수도권을 대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중앙 표심을 공략한다면 대선주자로 확실히 부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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