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차 돌리듯 '윈드밀'… NBA 스타들의 '덩크슛'

'사람, 날다' 프로농구에서 중력의 한계를 거스르는 선수들이 있다. 힘차게 뛰어올라 림에 공을 꽂아넣는 덩크슛의 귀재들이 그 주인공. 실전에서는 물론 올스타전에서 열리는 덩크슛에서도 그들의 진가는 유감 없이 발휘되어 왔다.

덩크슛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선수는 1970~80년대 미국 농구무대를 주름잡은 '닥터 제이'(Dr. J) 줄리어스 어빙. 허공에서 공을 잡은 손을 풍차 돌듯 시원스레 한 바퀴 휘두르며 림에 집어 넣는 윈드밀(windmill) 덩크는 환상적이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지만 조던에 앞서 5.8m의 자유투 라인을 딛고 날아올라 한손으로 덩크슛을 성공시킨 것도 그였다.

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NBA)의 인기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데 앞장선 조던은 '공중에서 걸어다닌다'(air walk)는 표현이 어울렸던 선수다. '농구 황제' 외에 '에어'(Air)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그 때문. 클라이드 드렉슬러, 도미니크 윌킨스 등 경쟁자들의 능력도 출중했지만 조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조던 덕분에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의 인기도 더욱 높아졌다.

'에어'가 붙은 별명을 지닌 또 다른 선수는 조던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후배인 '에어 캐나다'(Air Canada) 빈스 카터(올랜도 매직).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아 시들해진 덩크슛 콘테스트를 2년 만에 부활시킨 인물이다. 2000년 콘테스트에서 카터는 윈드밀 덩크는 물론 뛰어 오른 뒤 다리 사이로 공을 빼는 비트윈 더 렉(Between The Leg)을 성공시키며 최고의 덩커로 자리매김했다.

엄청난 탄력을 이용한 카터의 덩크슛은 힘과 기교를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대를 바로 앞에 두고 꽂는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카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으로 나선 카터는 자신보다 20여㎝ 큰 프랑스의 센터 프레데릭 와이스(218㎝)를 '뛰어 넘어' 덩크슛을 작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물론 덩크슛으로 백보드까지 부순 적이 있는 샤킬 오닐(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처럼 거구의 센터들도 덩크슛을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센터들보다 몸이 가볍고 탄력이 뛰어난 가드 또는 포워드들의 덩크슛이 더욱 화려해 보인다. 175㎝의 단신임에도 가공할 만한 점프로 지난해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네이트 로빈슨(뉴욕 닉스)의 덩크슛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국내 리그의 덩크왕은? 곧 확인할 수 있다. 31일 열리는 올스타전에 하루 앞서 부대 행사로 덩크슛 콘테스트가 치러진다. 정훈(대구 오리온스), 김효범(울산 모비스), 이승준(서울 삼성), 강병현(전주 KCC), 김민수(서울 SK) 등이 참가하는 국내 선수 부문과 폭발적인 점프력을 갖춘 조셉 테일러(안양 KT&G) 등이 나서는 외국 선수 부문으로 나눠 경쟁을 벌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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