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풍경과 함께]몽골 울란바토르

한국산 중고자동차 도로 위 수두룩

지난 연말 몽골 여행을 떠났다. 원래 저녁 8시쯤에 인천공항 이륙 예정이었지만, 악명 높은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의 강풍으로 인해 새벽 3시쯤에서야 인천 공항을 출발했다. 10시간 정도 지루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출발이었지만 별로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어 다가올 설렘만은 변함이 없었다.

단지 걱정거리는 몽골여행의 편의를 봐 줄 울란바토르 민박집 주인에게 선물할 횟거리와 미나리, 그리고 막걸리 등이 이미 수화물로 넘겨진 터라 상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음식들을 특별히 준비하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낯선 곳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좀 더 짜임새 있는 여행을 즐기려면 한국인으로부터 현지 여행정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미리 한국에서 약간의 선물을 준비해 가면 여행일정을 짜는데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새벽 5시쯤 비행기는 울란바토르 착륙을 위해 고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여러차례 기우뚱거리더니 어느새 쿵 하면서 급제동을 하는 요란스런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 두껍지 않은 옷을 입고 트랩에서 내린 필자는 새벽공기가 유난히 살을 파고들기에 온도계를 봤더니 영하 15℃를 가르킨다.

다음날 아침, 까칠한 입맛 때문에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곧바로 울란바토르 역사박물관으로 갔다.

1층은 선사시대 진열관.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유적과 유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지하 15m 아래에서 1924년에 발굴된 흉노시대의 무덤이 있고 투르크인들의 늑대 숭배사상과 사슴 숭배사상을 알 수 있는 유물과 유적도 있었다. 2층에는 18개 종족의 복장과 모자 등이 진열되어 있다. 장신구도 진열되어 있다.

몽골 전체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울란바토르에는 한국산 중고 자동차들이 신기하게도 굴러다닌다. 도로엔 교통표지판도 신호등도 거의 없고, 도로는 군데군데 포장이 벗겨 나가 비포장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한 가운데 말위에서 오른손을 높이 치켜든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중국의 속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몽골 영웅 수흐바타르 동상이다. 광장 주변에는 시청 청사와 국회의사당과 오페라 하우스 등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여기에 몰려 있었다. 몽골과 중국 간의 국민 정서는 썩 좋지 않다고 귀띔한다.

시내 한 중심가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곳은 남성들의 옷차림에 비해 여성들의 옷차림은 세련되고 선정적이다. 몸매에 관계없이 몸에 달라붙는 옷을 즐겨 입는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자이승 기념관으로 향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20여분 가면 민둥산 꼭대기에 큰 항아리 한쪽에 커다란 널빤지를 세워 놓은 듯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다. 이것은 1930년대 동몽골의 할가강에서 구소련과 몽골의 연합군이 일본의 관동군을 격파한 것을 기념하는 전승기념관인데 구소련에서 세워 주었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올란바트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념관에 올라가서 뒤쪽을 봤더니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것은 '오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비슷한 곳이다. 몽골인들은 '오보'가 보이면 두 손을 합장한 채 시계반대 방향으로 3바퀴를 돌면서 안전한 여행과 소망을 기원한다. 또한 드넓은 몽골의 초원은 길을 잃기 쉬워 이것이 이정표 구실도 한다고 한다. 또한 몽골의 청춘 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시외로 나가면 이런 오보는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자이승 기념관 관람 후 기념관 바로 아래에 있는 이태준 기념관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최근 이태준 선생의 연세대 의과대학 후배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태준 선생은 연세대 의대출신으로 안창호 선생이 만든 청년학우회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했고, 1912년 중국 남경 기독교의원에서 일하다가 1914년 몽골 '후레'로 가서 '동의의국'이라는 병원을 개설하여 성병 퇴치에 앞장섰다고 한다. 이 기념관은 이태준 선생을 기리는 비석과 정자, 한반도 모양의 석조물 등이 있었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듯 풀이 많이 자라고 있었고 사람의 손길은 거의 닿지 않은 듯 했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백야 현상으로 대낮같이 밝았다.

저녁 식사는 울란바토르 근교 '겔'로 지은 전통 '허르헉'요리 식당으로 향했다. '허르헉'은 옛날 몽골에서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특별음식으로 큰 우유 배달통처럼 생긴 압력통에 감자, 양파, 채소와 함께 장만한 양고기를 섞은 후 '초토'라는 탄소함유량이 높은 검은 돌을 미리 벌겋게 달구어 놓았다가 압력통에 달구어진 돌과 함께 약 1시간 동안 넣어두면 요리가 완성된다. 외부의 열을 가하지 않고 달구어진 돌로만 음식을 익힌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나라 갈비찜처럼 먹음직스럽게 생긴 게 생각보다 잡냄새는 많이 나지 않고 맛도 괜찮았다. 요리에 사용된 검은 돌은 온기가 가시기 전 손으로 만지면 신경통 등에 좋다고 설명해 준다. 식사 후 말 젖으로 만든다는 달착지근한 마유주를 마시면서 이국땅에서 여행객의 호사를 누려 본다.

황병수 영남대 방사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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