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알바) 열기가 어느해보다 뜨겁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방학기간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이 많기 때문.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가 대학생 893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듣고 싶은 뉴스'를 조사한 결과, '대학 등록금 인하'가 12.9%로 1위, '고액 아르바이트 급증'이 4.7%로 7위에 오를 만큼 등록금과 아르바이트는 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등록된 채용공고수 및 이력서 등록수를 집계해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 구직 평균 경쟁률이 상반기(1~6월)에 4.2대 1를 기록한 반면 하반기(7~11월)에는 6.9대 1을 기록해 갈수록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의 변천
아르바이트는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세태를 반영하듯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직종도 있다. 1980년대까지 아르바이트는 음식을 나르는 서빙이나 공장'공사장 등에서 하는 노동에 집중돼 있었다. 여전히 서빙과 노동이 주요 아르바이트 대상이지만 사회가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아르바이트 폭은 넓어졌다.
1990년대 들어 일명 '심부름 알바'로 불리는 대행 아르바이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독신 가정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주민등록등본 떼주기, 장보기 등 잔심부름 대행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 대행 아르바이트는 결혼식 하객, 술친구, 애인 등의 역할을 대행해 주는 단계를 넘어 늦은 귀갓길 도우미, 도서관 좌석 맡아주기, 연예인 사인 받아주기,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줬던 선물 대신 받아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주는 일까지 생겨났다.
2000년대에는 스키장'눈썰매장'아이스링크와 찜질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찜질방은 겨울철 최고의 아르바이트 일터로 통한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짜로 찜질도 즐길 수 있기 때문. 게임열풍이 불면서 몇년 전에는 게임 방법을 지도해주는 게임방 과외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 알바였다.
반면 돈만 되면 일의 성격을 따지지 않는 풍조도 생겨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대행 아르바이트가 성매매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방학이 되면 유흥가 물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 이 같은 현상은 둔감해진 성윤리, 경기침체와 아르바이트 부족 현상, 단기간에 목돈을 만져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이색 아르바이트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르바이트 업계의 특성이다. 최근 폭설이 내리면서 눈치우기 알바가 등장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애완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등장한 이색 아르바이트 중 하나가 바로 애완견 중매다. 인터넷 카페에 교배를 원하는 개의 사진과 품종, 크기, 성격 등을 올려 교배를 성사시켜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사람이 개를 중매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잘만 하면 쏠쏠한 수입이 보장된다고 한다.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등이 켜지는 짧은 시간 동안 새로 나온 상품 등을 홍보하는 신종 아르바이트도 최근 생겼다. 플래카드를 들고 현란한 춤사위로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 것이 해야 할 일이다. 벽보나 전단지를 통한 홍보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면서 등장한 일종의 이색 마케팅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숫기와 쇼맨십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높은 임금을 받는 '실험 아르바이트'도 신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일명 '마루타 알바'로 불리며 흡연 테스트부터 임상실험까지 다양한 종류의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오리지널약과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카피약이 동등한 약효를 내는지 알아보는 시험)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주는 전문 사이트가 여러개 있다.
예뻐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있다. 미술학원 등에서 모집하는 두상모델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두상을 그리는 사람들을 위해 모델이 되어 주는 일을 한다. 또 인터넷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피팅모델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이색 아르바이트다. 최근에는 손'다리 등 부분모델을 구하는 업체가 많아 신체 한 부분만 뛰어나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PT메이커는 기업들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도입하면서 생겨난 아르바이트다. 면접에 필요한 파워포인트자료를 대신 제작해 주는 일을 한다.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고 재능까지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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