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지황(地黃)

생리불순'변비 등 다스려…소화기나 장 약하면 주의

한의원에서 한약을 조제받아 약첩을 살펴보면 새까맣고 쫀득한 약재가 있다. 바로 숙지황이다.

한방에서 몸의 조혈작용을 돕는 강장제로 많이 사용된다. 지황은 예전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한 약재였지만 요즘은 재배하는데 힘이 드는데다 저가 수입산의 공세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가 없다.

◆조혈작용 도와

지황은 중국의 하남성이 원산지이면서 최대의 주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의서인 향약구급방에 실려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재배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황의 주산지는 충남 서천과 금산, 전남 화순, 경북 안동이다. 특히 안동의 지황은 500년 전 예안면 구룡리를 기점으로 재배되어 전국 수집상들로부터 명성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수입산과 농가의 노령화 등으로 재배면적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안동시가 옛 지황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안동 지황은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자라 저장력과 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황은 현삼과(玄蔘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30㎝ 정도이며, 6, 7월에 홍자색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 오렌지색을 띠는 굵은 뿌리는 옆으로 뻗으며 자란다. 뿌리를 약용으로 쓰는데, 줄기와 잎이 마르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수확한 생지황을 물에 담가서 뜨는 것을 '천황', 반은 물에 뜨고 반은 물에 잠기는 것을 '인황', 물속에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지황'이라고 한다. 물속에 가라앉는 것은 약으로서 효능이 좋으며, 절반쯤 가라앉는 것은 보통, 물에 뜨는 천황은 약으로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 조제방법에 따라 구분하면 지황뿌리를 캐서 모래에 묻어둔 것을 생지황, 그늘에 말린 것을 건지황, 쪄서 말린 것을 숙지황이라고 한다.

◆소화장애 일으킬 수도

생지황은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면서 달다. 세균이 피에 침입하여 생기는 열을 내리며, 몸안의 진액을 생성시킨다.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지만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과 몸이 허약하여 나는 열로 인한 출혈증상과 생리불순, 변비 등의 병을 다스린다. 또 피를 맑게 하고 타박상 따위로 살 속에 맺힌 피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타박상이나 관절을 삐어 멍이 들거나 부었을 때 생지황을 찧어서 붙이면 소염진통작용을 한다.

건지황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 열병 후에 생기는 갈증과 장기 내부의 열로 인한 소갈증이나 피부소양증(발진 없이 몹시 가려운 만성 피부병)에 효과가 있으며, 지혈효능이 강해 각종 출혈성 질환에 쓰인다.

숙지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다. 조혈작용이 매우 강하고 모발과 근골격을 튼튼하게 하며, 비뇨생식기능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피로감, 정력감퇴, 허리'무릎 통증, 이명, 생리불순과 어린이의 발육부진 등을 치료한다.

지황은 불로장생의 약으로 잘 알려진 '경옥고'와 보혈약의 대표격인 '사물탕'의 약재로 많이 사용된다. 약효가 뛰어나지만, 소화기나 장이 약한 사람은 설사를 하거나 변이 묽어질 수 있다. 또한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황이 들어간 약재를 복용하면서 무를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동물실험을 한 결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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