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비수기에도 대구의 소극장들은 연극 팬들의 발걸음으로 바쁘다. 청춘 남녀의 티격태격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믹극부터 가족의 찡한 정을 그린 감동 작품, 1인 마임극까지 다양한 소재로 무장한 연극들이 매일 막을 올리고 있다.
하모니아 아트홀 동성로 극장에서 공연 중인 '잇츠 유'(It's You)는 대중성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로맨틱 물 가운데서도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영화 한 편과 맞먹는 1시간 50분의 공연 시간 덕분에 이야기 짜임새를 잘 갖췄고, 연출과 배우의 힘으로 지루함을 덜었다. 30개 신의 무대 전환이나 매 장면 삽입되는 귀에 익은 OST들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30세의 속초방송국 리포터 지은은 라디오 DJ를 꿈꾸는 당찬 아가씨다. 해돋이 리포터로 갔던 그녀는 10년 전 종적을 감춘 천재 피아니스트 레슬리 최를 우연히 인터뷰하게 되고, 그를 특종 삼아 자신의 꿈을 이루려 한다. 한편 이 사실을 알게 된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인 한성미는 특종을 가로채 서울 방송국으로의 스카우트를 꿈꾼다. 연극은 까칠한 성격의 레슬리 최와 지은, 도도한 한성미와 순정파 봉차장의 로맨스가 교차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달려간다. 노파, 트렌스젠더 마담, 의사, 경찰관 등으로 활약하는 멀티맨의 감초 연기가 활력을 더한다. 3월 7일까지. 053)254-7241.
29일 봉산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 20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활성화 사후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눈먼 아비…'는 경주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팔푼이 엄마 '붙들이'와 칠뜨기 아빠 '출식이', 소아암에 걸린 아들 선호 가족의 이야기. 자식이자, 부모에게 있어 삶의 안내자인 선호는 어느 날 암이 재발하게 되고, 친척들은 그들의 곁을 하나 둘 떠나게 된다. 의지할 곳 없는 선호의 엄마는 물에 빠져 일찍 죽은 선호의 누이에게 동생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 모습에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죽은 자가 돼 아들을 살리고자 한다.
이렇게 불행한 가족이 또 있을까. 그래서 그들의 가족애는 더 눈물겹고, 절박하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지만, 연극은 유쾌함과 폭소로 관객들을 계속 울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눈먼 아비'라도 붙들고 길을 물을 수밖에 없는 아들, 아무런 대답도 해 줄 수 없는 아비를 통해 피붙이의 절절함을 생각하게 한다. 2월 7일까지. 1566-7897.
이외에도 대구의 소극장에서는 다채로운 연극이 열리고 있다. 최근 개관한 소극장 액터 스토리(계명전문대 인근)에서는 대구시립극단배우 이재선의 1인 신체극 '대구 사세요?!'를 29, 30일 공연한다. 천진함과 사회성을 담은 '달성공원' '지하철 이야기' 등 두 개의 에피소드가 선보인다. 053)424-8340.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3월 14일까지 대구 중구 문화예술전용극장 CT(구 제일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동명의 라디오 드라마와 에세이집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운명적인 만남, 핑크빛 사랑, 쓰라린 이별과 추억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053)256-0369.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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