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평론가·큐레이터가 본 2010년 대구 미술계 전망

시립미술관 10월 개관…소장품 수집 최대과제

대구아트페어 행사 모습
대구아트페어 행사 모습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 침체가 지난해 미술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중반을 넘어서며 미술 시장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시각은 남아있다. 지역의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를 통해 2010년 대구지역 미술계의 전망과 기대, 해결해야 할 숙제를 짚어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을 올해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올해도 녹록지 않을 지역 미술계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올해 지역 미술계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이다. 10년 전 건립계획 공고와 함께 설계된 대구시립미술관은 10년 전 건축 디자인 그대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갖가지 설전과 잡음도 3월 완공을 앞두고 진행된 김용대 개관준비단장 임용으로 잠시 소강 상태다. 지역 미술인들은 "산적한 지역 미술계의 크고 작은 문제들과 지역미술 연구를 위한 학예 활동 및 작품 수집이 원만히 이뤄질까"하는 걱정스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아울러 대구문화재단의 출범으로 획일화된 예산 배정과 선심성 행정에서 오는 문화예술 분야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제18대 대구미술협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로 마무리되면서 대구 화단은 다시 한번 선거의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최근 치러진 제22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만 보더라도 대구는 어느 도시보다 미술인들 사이에 당리당략이 팽배한 곳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국내 미술 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2007년 반짝 호황기를 맞았던 시장이 다시 긴 침체기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게다가 2011년 시행 예정인 양도세법 역시 미술시장에 적잖은 부담이다. 6월에 전국에서 동시 시행되는 지방선거 역시 미술시장에서는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술계 발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 - 박소영(미술평론·전시기획)

10월로 예정된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은 지역 미술계 초미의 관심사이다. 최근 관장 요원(개관준비단장)이 선정된 뒤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자료를 인용해 '그가 대구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정립하여 국내정상급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치 시립미술관의 장래가 관장 한 사람의 능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물론 관장의 비전과 추진력에 의해 미술관이 짧은 시간에 그 지역의 명소가 되는 동시에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사례들이 있다. 일례로 2002년에 새롭게 문을 연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초대 관장 제롬 상스(J. Sans)를 들 수 있다. '슈퍼 큐레이터' 중 한 명이던 그는 기존 건물을 저예산으로 리노베이션해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미술관을 만들었다. 소장품 한 점 없는 미술관이지만 전세계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소장품 구입 문제가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가장 힘든 점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대구시 담당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9월에 세 번째 장을 펼치게 된다. 이미 다른 사진 행사들은 법인화된 체계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으나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아직 제대로 된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미술관이나 미술행사 주관측도 적극적인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구시가 이를 제한하는 기존의 시스템으로선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원성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관행을 깨버리는 노력이 급선무 - 윤규홍(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지역 미술계는 타지역에 비해 그나마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술 경기 부양, 찾아가는 미술, 유망 작가 지원, 비평의 활성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하지만 2010 지역 미술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3가지 현상을 언급해야 한다.

먼저 미술 작품의 지나친 할인 판매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수집가들의 지나친 할인 요구이다. 크게는 30%까지 할인된 가격을 원하는 구매자들이 생기면서, 각 화랑들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집가들의 할인 요구는 화랑가에서 하나의 문화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 이는 예컨대 시가 1억원짜리 그림 한 점을 팔아 2천만원의 수익을 남기는 큰 화랑보다 100만원짜리 그림을 팔고 20만원을 갖는 영세한 화랑이 훨씬 심각한 운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레지던시(작가 입주) 프로그램의 남용도 문제다. 여기저기 늘어나는 레지던시 스튜디오가 작가들에게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문화 권력을 지키고 싶어하는 미술 이론가들이 공적인 제도를 등에 업고, 작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현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큐레이터들의 노동 조건 개선도 필요하다. 대구시립미술관과 대구문화재단의 설립을 중심으로 조직 인력의 신규 채용과 인사 이동이 연달아 벌어질 조짐이 있다. 큐레이터로 통칭되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 잡무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이직률이 매우 높다. 큐레이터들의 노동권은 수면 밑에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미술계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공미술에 거는 기대 - 이미애(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올해도 미술계가 불황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지역 미술계와 미술 시장의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그림 로비 사건이 다시 불거져 미술품의 불건전한 거래구조가 드러나며 지역 미술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기대할 것은 최근 2~3년새 공공미술이 서서히 움직였다는 점이다. 미술의 향유는 더 이상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대중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09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동네 미술공간 만들기', '길섶 미술로(路) 꾸미기', '공공미술의 꽃 피우기'라는 3가지 공모사업으로 이뤄졌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의 경우 '방천시장 프로젝트'가 그렇고 옛 KT&G 건물이 '문화창조발전소'로 기틀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미술 프로젝트' 행사가 개최된 것도 그런 사례다. 아울러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아트스타' 공모전과 함께 선정 작가에게 소정의 창작 지원금을 지원하고 공연장의 빈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수성아트피아의 '빈 벽면 갤러리'와 '뉴-프론티어 아트스페이스'는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미술의 대중화를 시도하는 좋은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공공미술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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