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흙이 살아야…" 영천친환경작목반 농민들

흙이 살아야 모두가 산다

"친환경을 배우고 나니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어요."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대학을 이수하고 일회성 배움에 그치지 않고 웰빙 농산물을 더 많이 더 질 좋게 생산하기 위해 뭉친 농민들을 만났다. 이들은 친환경을 농산물 생산에만 적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실생활에서도 실천하고 있다.

영천의 '친환경 작목반' 30여명은 한 달에 한번 만나 그동안 배운 친환경적 생산방식을 토대로 기술개발과 우수농산물 생산요령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있다. 대부분 과수농으로 이뤄진 이 모임에 끼려면 자신이 생산하는 농산물이 최소한 '저농약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많은 회원들이 한 단계 더 높은 '친환경 인증서'를 받았다.

'땅에 떨어진 사과를 쓱싹 닦아서 바로 먹을 수 있게끔'하는 것이 친환경 과수의 핵심. 그래서 이들은 '미생물 발효 퇴비'를 이용한 토양 개선에 가장 공을 들인다.

"농약을 쓰면 가장 먼저 해를 입는 사람이 농민이고 자손만대에 건강한 땅을 물려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고 있어요. 친환경이 생활에 스며들어 집도 이제 콘크리트 대신 황토로 개조하는 회원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어떤 분은 장판을 한지에 콩기름을 발라 직접 만들어 깔기도 했어요."

최영호(59)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의 친환경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농민인지 환경운동가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들의 농업철학은 뚜렷했다.

이들은 이러한 친환경농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농민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줄 것을 당부한다. 재배·수확 체험 등 도·농 교류 분야로도 활동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도 먹고 우리 아이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흙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어요."

한 회원의 황토방 한편에 걸린 메주 냄새 그리고 구석자리를 차지한 노란 늙은 호박의 푸근한 빛깔이 도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최유선 시민기자 yousun@hanmail.net

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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