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엔 돈도 일자리도 없다"…지경부 설명회

지역기업인 요구 봇물

28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지식경제부 2010년 주요시책 지역설명회가 열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8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지식경제부 2010년 주요시책 지역설명회가 열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방에는 돈줄이 말라 갑니다. 본사와 공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지방은 소비자만 있는 꼴입니다."

28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0 지식경제부 주요시책 대구경북권 설명회'에서 정부를 향한 지역의 불만과 건의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영학 지경부 제2차관과 국장들이 주관한 이날 설명회는 지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주요 사업을 홍보하고 중앙과 지방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 김 차관은 "대구경북은 국장 재직 시절부터 1년에 8, 9차례 찾을 정도로 애착이 많은 지역"이라며 "최근엔 중앙과 지방의 유대가 더 없이 중요하다"고 인사말을 했다.

지경부 측은 ▷산업 ▷무역 ▷에너지 ▷지역발전 ▷광역권 발전 등의 방대한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방대하고 어려운 내용의 사업을 설명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1시간 동안 70쪽 분량의 자료의 내용을 '설명'이 아닌 '제목 읽기' 형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참석자들은 지루해 했고, 몇몇 사람은 '휴대폰 통화'를 핑계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김상훈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공무원으로서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하지만, 요즘 지방의 실정을 생각하면 착잡하다. 지방에는 돈도 일자리도 없다"며 "정부가 세종시에 주요 대기업 사업장의 입주를 독려한 것처럼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른 지역에도 입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또 신순희 ㈜모든넷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성서5차산업단지를 분양받기로 했는데, 이후 발표된 세종시 분양가를 보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지역에는 뭘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세종시 원안 수정은 '국가경쟁력 제고'란 백년대계를 위한 것으로 안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이 상대적 소외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세종시가 '블랙홀'이란 생각은 사실보다 부풀려진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나 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워 고민이다"고 밝혔다.

정책 건의와 하소연도 터져나왔다.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육성하려면 '투입'(연구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출구'(소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세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곽순호 한국광학조합 이사장은 "영화나 TV 등에 걸쳐 3D산업이 부상하고 있는데, 아직 3D안경엔 무관심하다. 대구 안경산업의 인프라를 잘 활용해 3D안경산업을 육성하면 수출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노선희 포항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자금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필혁 ㈜필라이팅 대표도 "국내에서 LED조명 업체들이 등장한 것은 3년 전부터인데, 현재는 위기상황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과 노하우는 확보했는데 자금이 고갈된 상태"라며 "공공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조명 교체를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대구경북 등 권역별 설명회에서 나온 건의사항들을 검토해 급한 사안은 개선책을 찾고 구조적 문제는 정책에 반영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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