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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열공하는 봉사현장의 10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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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마다 대구역 광장에서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하는 신재민, 곽근호, 곽태원군(왼쪽부터). 이들은 무료급식을 통해 사회를 알고, 돈 개념을 익혔고, 인간에 대해 느꼈다고 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휴일마다 대구역 광장에서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하는 신재민, 곽근호, 곽태원군(왼쪽부터). 이들은 무료급식을 통해 사회를 알고, 돈 개념을 익혔고, 인간에 대해 느꼈다고 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겨울 칼바람이 온전한 이달 24일 오전 6시 30분. 대구역 동편 만남의 광장에 아침상이 차려졌다. 주변 노숙인 등 180~200명을 위한 무료급식이다. 13년째 이어지는 일요일 무료급식이라 급식을 준비한 봉사단원이나 수혜자인 노숙인 모두 한 식구가 됐다.

그런데 가로등 불빛 아래 앳된 얼굴이 간간이 섞여 있다. 무료급식을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나왔다는 신재민(18·대구고 2)군과 곽근호(17·대구고 1)·태원(15·협성중 1)군 형제다. 일주일에 5, 6일을 책과 씨름하다 보면 휴일엔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 굴뚝같을 터. 하지만 이들은 30명 가까운 봉사원들 틈바구니에서 바삐 손을 움직이며 숟가락을 배분하고 그릇을 나른다.

이곳 무료급식 봉사단(하담봉사단)의 맏형 격인 남세현(54)씨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무료급식을 중단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나서는 모습에 그만둘 수 없었다"며 "신군은 3년째, 곽군 형제는 5개월째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일요일 아침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남씨는 "사실 무료급식 현장에 엄마랑 함께 찾아온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땐 사회봉사 시간이 필요해 한두 번 봉사하다 그만두겠지 싶었다"며 "하지만 오전 9시까지 이어지는 무료급식 시간을 아이들은 감사해 한다"고 말했다.

묽은 닭개장과 계란부침, 김치 등을 찬으로 아침 끼니를 해결하는 무료급식 수혜자들도 메뉴 때문이 아닌 아이들의 손길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정상 함께하지 못하는 처자식이 생각나서다.

그러나 감동은 아이들이 더 크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무료급식을 통해 '나'의 삶을 되새겨 볼 수 있어 좋단다. 고 3이 되는 신군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여유가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대학 진학도 사회복지학으로 결정했다.

근호는 지난달부터 휴대전화 사용을 정지했다. 매달 들어가는 3만, 4만원의 이용료를 더 필요한 곳에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근호는 "많이 쓰지도 않는 휴대전화인데 굳이 요금을 허공에 날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며 "아이티 등 빈국에 있는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태원군은 "노숙인들을 알고부터 감사할 일이 더 늘었다. 내가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부모님의 보살핌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은 제 주머니도 털었다. 1만원이면 요구르트나 오렌지 주스를 무료급식에 덤으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은 "1만원으로 200명을 웃게 할 수 있다"며 "정승같이 돈 쓰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아이들의 봉사 활동은 학교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우낙현 대구고등학교 교장은 "재민이나 근호처럼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학생들이 여럿"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무료급식을 통해 사회를 깨우치고 있다. 신군은 "노숙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홀몸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이곳에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데 나라에서 여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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