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종이날개/피귀자 지음/북랜드 펴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딸 아이를 시집보내던 날 남편은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 옛날 나를 시집보내던 날 눈이 붓도록 우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내내 걸려 울지 않겠노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던 때문이다. 며칠 뒤 딸 아이 방을 청소했다. (성장한 뒤 외지에서 생활한 딸은 가끔 집에 들리곤 했다.) 딸의 방에서 만난 긴 머리카락 한 올, 그동안 참았던 울음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집을 떠나기 전이나 가끔씩 들를 때마다 떨어뜨리는 긴 머리카락을 치우며 얼마나 구박을 하였던가. 몇 개만 떨어져 있어도 집 안이 머리카락으로 덮인 듯하여 잔소리깨나 퍼부었던 그것이 그토록 정겨울 줄이야. 이제는 더 이상 집을 어지럽힐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물지으며 하루 종일 딸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수필 '흔적'의 줄거리-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종일 어지럽히고 쿵쾅거리는 아이, 잔소리를 달고 사는 아내, 걸핏하면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남편….

가족이 성가시다고 여겨지는 것은 언제까지라도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누가 영원히 내 곁에 머물 것인가. 모든 인연은 '내일'이면 헤어질 시한부 인연이다. 수필집 '종이날개'는 살면서 마주친 사람과 사건, 슬픔과 기쁨, 흔적과 후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221쪽, 9천원.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